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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씨 사망원인은 경찰 집단폭행”

진상조사단 “국과수 부검 소견은 심각한 사실왜곡”

“경찰은 아무런 경고 방송도 없이 소화기를 난사하고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집회대오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도망치던 하중근 조합원은 머리 뒷부분을 방패날로 가격당했다."

“충격을 받고 쓰러진 하씨는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기어서 현장을 나오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경찰들 사이에 파묻혔고 불과 5분 뒤에 한 경찰에 의해 경찰 무리에서 끌려나와 버려졌다.”

“불과 5분전까지 그는 땀에 절은 포항건설노조 조끼 위에 비옷을 입은 채, 맨손으로 단지 집회 대오 앞쪽에 서 있었던 노동자였다.”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원인을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해 온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4일 발표한 최종 진상조사 결과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포항지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사고원인에 대한 3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하중근씨의 죽음은 경찰의 1차 방패 가격과 이후 2차 집단구타로 인한 뇌손상으로 숨진 것”이라며 거듭 경찰 책임론을 제기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고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원인에 대한 최종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했다.ⓒ뷰스앤뉴스


조사단 “경찰-국과수 발표는 일반인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부 압력에 의해 넘어져서 사망했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며 고인의 사망을 단순 과실치사로 몰고 가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북지역경찰청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또한 고인의 부검결과와 당시 정황만으로 발표했던 1.2차 조사결과와 달리 이날 3차 최종 진상조사에서는 직접 포항 현지로 내려가 목격자 심층 면담, 상황 재현 등을 통해 입체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공대위는 하중근씨가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7월 22일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 대표 8명으로진상조사단을 꾸려 동국대 포항병원을 방문해 1차 진상조사를 벌였다. 사망 다음 날인 8월 2일에는 직접 부검에 참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중근씨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뇌좌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과수와 경찰 측이 부검감정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일부 언론만을 상대로 제한적으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하씨의 사망원인을 개인 과실로 몰고 가자 후속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경찰.국과수와 공대위가 엇갈리고 있는 쟁점은 ‘전도’와 ‘가격’으로 엇갈리고 있는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원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직접 부검에 참석한 김혁준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과수의 부검 소견을 “경찰 측에 서서 곡학아세하는 것”이라며 “지식인으로서 부끄러워 해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혁준 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후두부 상처의 모양을 볼 때 하중근 조합원은 가격한 둔탄한 물체는 소화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뷰스앤뉴스


조사단 “하중근씨가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진 이후 경찰의 집단구타 추론 가능”

김 과장은 “국과수가 전문적이고 현학적인 용어를 써가며 사건을 복잡하게 할 뿐 ‘대측 충격손상은 넘어져서 다치는 것’이라는 교과서적 이론만 소개하고 있다”며 “부검을 하는 이유는 현장 상황과 정황에 단서를 제공해주는 분석 작업인데 국과수는 경찰 입장에 대한 근거 제시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국과수의 ‘전도(넘어져서 다친 것)에 따른 손상’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봤을 때 한 사람이 동일시간대에 5군데 상처가 난 것은 집단구타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법의학적인 전문소견이 없어도 일반적인 상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과장은 하중근씨 조합원의 두피열상의 위치와 상태를 거론하며 “상식적으로 집회 현장에서 방패 모서리 가격 이외에 5cm길이의 일직선 자상을 낼 수 있는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당시 현장에서 경찰들이 고무패킹을 떼고 시위대를 가격하는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밖에도 진상조사단은 국과수의 주장대로 앞으로 넘어져서 발생한 상처가 사망원인이 될 정도라면 경추골절이나 안면 부위 손상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도 “머리 뒷부분을 가격당한 것이 목격으로 드러났다. 뒤를 맞고 앞으로 쓰러진 하씨가 어떻게 다시 앞을 보고 밀려서 뒤로 넘어질 수 있냐”며 “하중근씨가 경찰 무리에 쓸려간 이후 그 안에서 경찰이 어떤 폭력을 자행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만약 뒤로 넘어져서 다쳤다면 업무상 과실치사로 처리할 수 있지만 집단구타에 의한 것이라면 이것은 명백한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실황조사도를 통해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권경국 민변 변호사.ⓒ뷰스앤뉴스


7월 16일, 포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 목격자 증언 잇달아

한편 진상조사단은 우선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과 사건 실황조사도, 목격자 증언을 통해 민주노총 건설연맹 주관 노동자대회가 열렸던 7월 16일 포항 형산 로터리를 재연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하씨는 노동자대회의 개시를 알리던 오후 2시 25분경 경찰과 대치하던 집회 선두대열에 비옷을 입고 서있었다.

이어 단병호 의원이 연설을 마치고 포스코 항의면담을 위해 집회 장소를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은 2시 58분경 사회자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다. 이지경 포항건설노조 위원장을 모시겠다”고 소개하는 순간, 집회 대오 왼쪽 편에서 전경들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을 시도했다.

경고방송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경찰의 진압에 노동자들은 당황했고 집회 대오는 순식간에 50여미터를 밀려났다.

하중근 조합원이 방패날에 의해 1차 가격을 당한 것도 이때였다. 당시 인도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김모씨는 “경찰이 곤봉과 방패로 공격해오자 집회 참가자들이 뒤로 돌아 도망을 가고 있었고 그때 전경이 도망가는 하중근 조합원의 머리 뒷부분을 방패로 가격했다”며 “이후 하씨가 앞으로 기어나오려고 하는데 뒤에서 공격해오던 진압 경찰들 사이에 싸여 4~5분간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나중에 경찰들이 뒤로 물러서고 나서야 갓길에 주차된 차량 옆에서 방패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하씨가 부축을 받아 업혀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당일 경찰의 방패에 머리와 손을 찍혀 하중근씨와 함께 후송됐던 조합원 홍모씨도 “경찰의 진압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후 경찰 한 명이 자신들의 무리 속에서 하씨를 데리고 나와 바닥에 밀어넣고 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날 경찰은 방패날을 직격으로 세워 조합원들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했다.ⓒ뷰스앤뉴스


목격자들의 증언대로라면 이날 하씨는 경찰의 진압에 쫓겨 도망가다가 방패에 의해 1차 가격을 당한 이후 다시 전경 무리에 5분여간 휩쓸려있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된 것이다.

“가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는게 말이 되나”

이와 관련 박석운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하중근씨는 경찰의 진압에 들어가기 이전에 분명히 멀쩡한 상태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명백한 정황이 있다”며 “맨 손의 노동자가 경찰 진압 이후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면 이것은 명배하게 경찰의 집단폭행에 의한 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설령 사망원인이 국과수 소견대로 전도라고 해도 경찰폭력에 의한 사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쟁점은 전도가 아니라 집단구타 여부”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경찰의 이날 방어수단인 방패를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불 끄는 도구인 소화기를 비가 오던 그날 연막탄 대신 썼다”며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해야 할 경찰이 방패, 곤봉, 소화기를 동원해 위법행위를 저지르며 결국 한 노동자를 죽였다”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맹성토했다.

진상조사단은 현재까지 진행된 경찰의 수사에 대해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를 수사하는 것은 수사과정이 아니라 은폐조작에 과정에 불과하다”며 독립적인 제3의 국가기관에 의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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