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방북 뒤에는 'DJ' 있었다!
두달 전 클린턴 만나, 클린턴 "오바마와 힐러리에 전하겠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중인 두명의 미국인 여기자와 함께 빠르면 5일 북한을 떠날 것으로 이미 뉴욕에서 행한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하기까지 구체적으로 북-미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핵위기 해소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 과정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달 반 전인 지난 5월18일 제3차 `C40 서울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김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지난 2007년 9월 클린턴재단 주최로 열린 CGI 연례회의에서 만난 지 20개월 만이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 방한시 김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 희망 의사를 전한 바 있다.
클린턴 부부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의 조언을 구했음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6월11일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을 맞아 행한 특별강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클린턴 대통령이 여기 와서 같이 만찬했는데, 우리가 같이 했던 햇볕정책, 이것을 클린턴 대통령은 완성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많은 얘기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 핵은 절대 반대하고, 그러나 대가를 주면서 상당한 지원도 해주면서 과거에 자기가 하듯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여러가지 건의했는데, 이를 자기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여사에게도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기초해 본다면, 지난 5월 한국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을 만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귀국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DJ의 북핵 해법' 조언을 전달한 뒤 자신이 직접 '대북 특사'로 나선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전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 6월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마지막해인 지난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해 얼마나 안타까와 해 왔는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6년 전(2003년 11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와서 한 이야기"라며 “2000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에 간다고 하니까 아라파트(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가 바짓가랑이를 잡다시피하면서 (중동 평화협상을) 곧 끝낼 테니 여기 있어야 한다고 붙들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중동 문제가 더 중요해 할 수 없이 북한 가는 걸 중지했다. 대신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이런 사정으로 못 가니 당신이 미국으로 와 달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못 잡아 찬스를 놓쳤다”고 말했다.
2000년 말 중동 정세는 급박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충돌 속에 아라파트 수반이 워싱턴을 방문,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대화 용의를 밝히면서 평화협상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끝낸다던 중동 평화협상은 해를 넘겨서도 진척되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훗날 김 전 대통령에게 “아라파트는 약속을 안 지킨, 대단히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그때 김 위원장이 미국에 가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현재 폐렴으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김 전 대통령은 때때로 병세가 악화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격적 북한행은 아직도 김 전 대통령이 한반도 지형에 누구보다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적 거목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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