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 사실상 조사를 시작한 시점에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보도가 나가자 취재원을 색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노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값비싼 명품 시계를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는 바람에 마치 노 전 대통령의 조사 시작에 맞춰 검찰이 `측면 공격'에 나선 것처럼 비쳤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망신 줄 목적으로 이런 내용을 흘렸다면 나쁜 행위"라고 불쾌감을 표시하자 검찰은 취재원을 지칭하는 `빨대'를 찾아내겠다며 부랴부랴 수습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문 전 실장의 입장이 이해되고 기분이 매우 나빴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서면진술서를 보내고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닫는다는 상황에서 검찰 관계자가 그런 사실을 흘렸다면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빨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찰 내부에 형편없는 빨대가 있다는 데 실망했고 색출해내도록 하겠다. 노 전 대통령이 사법절차 범위 한도 외에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임을 감안해 예우하려고 노력하고 신중하도록 조심할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계 전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 수사가 종결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내부 취재원을 찾아내겠다고 공언한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민감한 시점에 감정싸움으로 조사에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면질의서를 이미 보낸 만큼 충분한 답변을 받아야 하는 검찰로서는 해당 보도로 노 전 대통령 측을 괜스레 자극해 조사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보도 직전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며 스스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한 상황이어서 자칫 의도를 갖고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보고 불 끄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간적으로 문 전 실장 입장이라면 멱살을 잡고 항의했을 텐데 (어제) 예의를 갖춰 수사팀을 대해줘 매우 미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