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병원씨가 우리금융지주회장 시절 컨설팅용역업체 부당 선정, 한미캐피탈 부당 고가매입 등 비리를 저지른 의혹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감사원은 관련 자료를 검찰로 넘겨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종찬 초대 민정수석의 박연차 비호 의혹에 이어 박병원 전수석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초기 청와대 비서실 인선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음이 속속 드러나 청와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박병원, 1등업체 탈락시키고 하위업체에게 20억 컨설팅 맡겨"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감사자료 '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 운영실태'에 따르면, 박병원 전 수석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이던 2007년 12월 우리금융지주의 컨설팅 용역업체 선정과 관련해 평가점수가 높은 컨설팅업체를 배제하고 특정업체(A업체)를 부당하게 선정했다.

우리금융지주는 4개의 컨설팅업체로부터 용역제안서를 제출받은 후 평가점수(81.35점)가 가장 높은 B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겠다고 박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컨설팅업체로 A업체가 우수하고 조언을 받는데 편하니 A업체를 컨설팅업체로 선정하면 좋겠다"며 반대입장을 밝혔고, 이에 당시 박모 우리금융지주 전무가 "평가표를 수정해 A업체를 컨설팅업체로 선정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해 그해 12월6일 A업체와 컨설팅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A업체에게 부당하게 특혜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컨설팅 결과가 실행되지도 않아, 19억8천만원의 예산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사회 반대에도 한미캐피탈 고가 인수 의혹도"

박 회장은 또 지난 2007년 8월 우리금융지주가 한미캐피탈을 인수하면서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매각사가 제시한 고가의 인수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 회사에 손실을 끼친 의혹도 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007년 6월 내부적으로 한미캐피탈 지분인수를 위한 협상가능금액을 주당 최대 2만5천원 정도로 판단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매각사가 주당 3만원 이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같은해 7월 주당 2만9천9백원에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각사가 이에 '주당 3만2천원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금융지주와 배타적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재차 인수가격 인상을 요구하자 박 회장은 이를 그대로 수용, 한미캐피탈 기업가치 최대값인 2천209억원보다 502억원 비싸게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이 과정에 우리은행 등의 반대를 묵살한 동시에, 이사회에서 고가인수에 대한 이사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박 회장의 행위가 형사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감사결과 자료를 지난 25일 검찰에 수사자료로 전달하며 사실상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외에 박모 당시 전문, 컨설팅 용역업체 선정 기준관련 문서와 평가표를 조작한 실무직원 2명 등에 대한 자료도 함께 전달했다.

재정차관 출신으로 이명박 출범후 승승장구하던 박병원 경제수석이 지난 1월 뚜렷한 사유없이 경질되면서 경질을 둘러싼 각종 설이 나돌았으나,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 경질 사유가 실체를 드러내는 양상이다.

이명박정부 초기 맹위를 떨친 '우리은행 인맥'의 핵심인사가 사법처리의 도마위에 오르면서 우리은행 인맥의 다른 인사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