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경찰, 사채업자와 유착하다니..."
국정원은 채무자 추적, 경찰은 폭행 방조...공직기강 엉망
공공기관의 기강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의 거취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등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엽기적 사실은 KBS의 잇따른 단독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사채업자, 국정원 도움으로 채무자 추적. 경찰 방조아래 폭행"
KBS <뉴스9>는 지난 12일 사채업자가 채무자를 무차별 폭행하는 동영상과 함께 채무자가 폭행을 피해 이사를 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채업자가 귀신같이 그를 찾아와 "주소를 왜 안 옮겼어?"라며 또다시 폭행한 사실을 보도하며, 사채업자가 늘 국정원 직원과의 친분을 과시한 사실을 폭로했다.
폭행을 당한 피해자 하모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연락을 안 할 때 국정원에서 저를 조사를 했더라고요. 미리 이야기를 다 합니다. 지구 어디 가 있어도 끝까지 쫓아간다"고 밝혔다.
또한 사채업자 측근은 사채업자가 폭행 현장에 친분이 있는 경찰을 대기시킨 뒤 피해자 신고에 대비한 경우도 여러 차례였다고 폭로했다.
사채업자 측근은 KBS와 인터뷰에서 "전화로 (경찰을) 불렀고 내가 이렇게 해서 누구를 때릴 건데 네가 뒤에서 무슨 일 있으면 봐줘라. 그 이야기까지 확실히 하는 걸 제가 옆에서 들었어요"라고 밝혔다.
KBS는 검찰이 사채업자와 자주 통화한 경찰관 명단을 확보한 데 이어 폭행 피해자 하씨가 사채업자를 피해 잠적한 지난해 10월 국정원 직원이 하씨에 대한 신원조회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는 13일 후속기사를 통해 "국정원 직원과 현직 경찰관들이 실제로 사채업자와 유착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국정원과 경찰청 모두 내부 감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KBS는 "국정원이 내부 감찰을 벌인 결과 현직 국정원 직원이 사채업자 부탁을 받고 채무자의 신원 조회를 했다는 보도는 사실로 밝혀졌다고 확인했다"며 "국정원 측은 오늘 이 직원을 소환해 사채업자의 부탁을 들어준 경위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직원은 사채업자와 학교 선후배 관계여서 개인적 부탁을 들어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KBS는 전했다.
경찰도 사채업자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최 모 경위 등 경찰관 6명에 대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며, 경찰은 이들이 사채업자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았는 지 여부, 특히 사채업자 부탁을 받고 채무자 폭행 현장에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KBS는 보도했다.
야당 "전형적 직권남용 사건"
사채업자와 국정원 직원-현직 경찰관 유착이 사실로 드러나자 국민들은 큰 충격을 숨기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들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14일 당5역회의에서 "오늘 KBS 보도를 보니 국정원 직원, 경찰청 직원이 사채업자와 결탁하여 편의를 제공하고 유착되어 있음이 드러났다"며 "전형적인 직권 남용의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최근 국세청장의 그림 사건도 마찬가지"이라며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자정과 바로서기 운동이 필요하다. 권력기관에 대한 자정이 제도적, 의식적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권력기관들에 대한 대대적 자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