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넷심,"이젠 금 없다"
인터넷에 '민생 불만' 폭발, '촛불에서 경제'로 이동
요즘 인터넷상에서의 화두 변화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오는 글들도 대부분이 경제관련 글들이고, 포탈 등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는 기사들도 다수가 경제기사다. 그만큼 살기가 팍팍해지고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젠 금 없다"
주제는 다종다양하다. '외환위기설'에서부터 주가폭락에 따른 펀드 환매, 국민연금 부실화 우려, 환율 폭등, 물가 폭등, 오락가락 경제정책, 강만수 경제팀 문제 등등. 이들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 곳곳에선 '성난 민심'이 읽힌다.
최근의 '외환 위기설'에 달린 수많은 댓글중 압권은 한 네티즌이 짤막하게 붙인 "이젠 금 없다"이다. 다른 네티즌도 "이번엔 금 모으기도 못할 텐데 전국민을 상대로 십일조라도 갹출할 건가"라고 반문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10년 주기로 나라를 말아먹는구나. 이젠 모아 팔 금도 없다. 슬프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때처럼 다시 국민들의 구국적 위기 돌파 노력을 기대도 하지 말라는 냉소적 반응들이다.
한 네티즌은 외환보유고를 투입한 원-달러 환율 방어와 관련, "하루살이 정부같다. 땜빵도 하루이틀이지,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이러다가 돌려막기도 안되면 이나라는 어찌되냐? 돌려막기하면서라도 몇년을 내다보는 준비를 해둬야 될 텐데...어찌 한치앞도 알 수 없단 말인가"라고 질타했고, 다른 네티즌은 "외환시장의 위기가 아닌 현정권의 위기. 현정권의 사고방식과 행태가 지속되는 한 위기는 계속된다. 쭉~"이라고 힐난했다. 한 네티즌은 "달러 동원해서 안정시킨 환율을 어찌 정상으로 봐? 시장에 맡겨라"라고 주장했고, 다른 네티즌은 "내가 우리나라 대통령을 못 믿겠고 우리나라 경제부처장을 못 믿겠는데...1원에 목숨 거는 외국인 투자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제발 말만하지 말고 믿게끔 행동으로 보여라"고 일관성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얼마 못가 큰일 날듯 싶다. 왜 이렇게 살기가 막막한지..."
물가 폭등, 민생경제 악화에 대한 고통의 글들도 부지기수다. 한 네티즌은 우유값 폭등으로 우유를 끊은 서민층이 늘고 있다는 기사에 "우리집은 우유도 끊고, 자가용도 팔고, 신문도 끊고, 애들이 챙피해서 죽겠답니다. 아마 얼마 못가서 큰일이 날듯 싶습니다. 왜 이렇게 살기가 막막한지.... "라는 댓글을 붙였다.
또다른 네티즌은 "나도 어제 짠하더라. 저녁에 마트 갔는데 어떤 할머니가 서울우유 1리터를 들고오시며 이거 얼마여?라고 물으셨고 점원은 2300원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할머니는 지난번에 1000원짜리 팔던데 그건 없어?라고 되물으셨고 점원은 짜증난다는 투로 할머니 요즘 물가가 얼만데 1리터에 천원짜리 우유가 어디 있어요?라며 퉁명스럽게 되받아쳤다"며 "할머니는 한동안 계산대에 서 계셨다. 내가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동안에도... 그깟 우유 얼마나 한다고 내가 사드리고 싶었지만 2만원 들고나와 두세 가지 사다보니 몇백몇십원 잔돈만 주머니에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탄식했다.
"국민연금이 당신들 급할 때 쓰라고 준 비상금이냐"
주가급락으로 국민연금 원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가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크다.
한 네티즌은 국민연금이 깡통연금이 돼가고 있다는 기사에 "내가 주식하라고 돈 줬냐"고 반발했고, 다른 네티즌은 "다 필요없다. 앞으로 국민연금 걷지마라.지금까지 낸돈 안줘도 되니깐 앞으로 국민연금 걷지마라. 매달 16만원씩이나 삥 뜯어가더니 잘한다. 국민연금 공단도 문 닫아라"라고 분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왜 내가 낸 돈으로 주식 떨어질 때마다 메꾸나? 그게 당신들 급할 때 쓰라고 준 비상금인 줄 아냐"고 질타했다.
주가폭락에 따른 주식형펀드 원금 손실에 대해 증권사와 정부에 느끼는 불만들도 크다. 박현주 회장 주재로 미래에셋사장단이 대책회의를 갖고 펀드 환매를 적극 저지하며 지금이야말로 펀드에 가입할 때라고 주장하자, 한 네티즌은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떨어지면 떨어졌기 때문에 가입할 시점이라고 또 고객들을 유혹하는 자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찍었을 때 환매시점이라고 이야기한 자가 있는가?"라고 차갑게 되물었다.
한 네티즌은 "증권사 펀드매니저들, 환매문의 요청에 히스테리를 일으킬 지경이다. 일일 평균 100통 가까이 받는다"고 세간의 심상치 않은 환매 움직임을 전했고, 다른 네티즌은 "50만원 12개월 넣었더니, 원금 600에 잔금 520만원. 우리집 애기들을 위해 시작했던 펀드다. 이럴 때일수록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들었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지난 6개월간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비이성적 행태들을 보면 도저히 주식시장에 내 돈을 맡겨둘 수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해지했다. 이게 30대 가장의 진실한 마음이다. 이게 9월 위기설의 본질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강만수 그만 내려와라"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불만도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이다.
법인세 5%포인트 인하후에도 "법인세 아직도 높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발언에 한 네티즌은 " 투표권은 서민이 많이 갖고 있는데 정책은 부자를 위하여....어케 된 세상이여?"라고 탄식했고, 다른 네티즌은 "도대체 실용주의라는 게 뭔가? 능력을 고려한다면서 IMF를 만든 사람을 기용하더니 또 말아먹고 있는데 가만히 놔두고 있으니"라며 강 장관을 감싸는 이 대통령을 힐난했다. 다른 네티즌은 "그만 내려와라. 당신 말 한마디에 국가 경제가 거덜나고 있다. 당신같은 인간을 믿고 외국인이 더이상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어? 멍청하고 무능하니 국제 금융투기꾼들이 지네 앞마당처럼 설쳐대지"라고 질타했다.
한 네티즌은 최근의 간단치 않은 '밑바닥 민심'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민심은 완전 떠났죠. 물론 그사람들 중에 경제 하나 믿고 찍은 사람도 있겠지만...길 가다가...버스 안에서...좌판에서...리어카에서...시장에서...가게안에서 흘러나오는 정부관련 뉴스 들으면 사람들 반응은 하나같이 '허참' '별...' '후' '으이그' '내참' 뭐 이런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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