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반격 "MB, 주변 간신들 쳐내야"
3명의 靑 비서와 이상득 정조준, '권력 암투' 재연 조짐
정두언 "대통령 주변 권력의 사유화때문에 이 지경 돼"
정두언 의원은 7일 청와대 비서들을 질타하는 '입장 발표문'을 발표했다. 오비이락인가. <조선일보>도 이날자로 보름도 더 전인 지난달 19일 정의원과 행한 인터뷰를 한면에 게재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보수의 자기 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통해 "최근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나'란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많은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한마디로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로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 얘기는 많은 국민은 모르지만, 한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면서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어두운 얘기가 빨리 공개돼 바로잡아지는 것이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두려운 마음으로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국민의 환호 속에 시작한 보수 정부가 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일은 권력의 사유화가 아니라 보수의 자기혁신이었다"며 거듭 '권력의 사유화'를 비난했다.
그는 "보수가 승리한 것은 자신의 훌륭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좌파 세력 실패의 반사이익에 기인한 바가 컸다"며 "우리는 이 땅의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담금질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5백만표의 승리에 취해 이내 교만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 땀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제부터 보수의 자기 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두언 "A,B,C 비서와 D의원이 주범"
<조선일보>도 이날 지난달 19일 정 의원과 행한 인터뷰를 한면에 걸쳐 게재했다. 정 의원은 인터뷰에서 정치권이나 언론계에선 누구를 지칭하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이상득 의원 등을 거론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위기와 관련, "문제는 국정운영보다 전리품 챙기기에 신경 쓴 사람들도 나왔다는 데서 비롯됐다"며 "한나라당이 막 고지를 점령했다. 고지를 점령한 뒤 몇 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을 독식하려고 같이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되겠냐. 사람들이 다 등 돌리고 떠나지 않겠냐"며 이 대통령의 위기를 일부세력의 '권력 독식'에서 찾았다.
그는 "현대에서의 전리품은 인사다. 장·차관 자리,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전리품이요, 이권이 되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세 명, 국회의원 한 명이 그랬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A수석의 경우 민비(명성황후)와 같은 존재다. 민비가 누구냐 흥선대원군이 세도정치 없애겠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앉혀놓은 인물이잖냐. 그런데 나중에 어떻게 됐어요. 대원군을 쫓아내고 또 다른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강한 배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고 이 대통령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B비사관을 거론하며 "A수석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 B씨"라며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보면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 이광재씨가 있었다"며 "B비서관은 이 사람들을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그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다.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런 분야에서는 정말 '엑설런트'하다.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B비서관을 천거한 게 자신임을 시인한 뒤, "내가 바보짓한 것"이라며 "나만 없어지면 자기 세상이 된다고 생각했겠지"라며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C비서관이 나섰다"며 또다른 비서관도 비난했다.
그는 문제의 A,B,C 비서외에 또다른 주범으로 D의원을 지목한 뒤, 이들의 관계에 대해 "관계있다. 그런데 부작용을 지적하면 '내 아들도 내 마음대로 못 하네'라는 답만 돌아온다. 그분은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강부자, 고소영 내각 파문에 대해서도 "어느 고위 공직자는 내게 이렇게 접근하기도 했다.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러더라. 이런 사람을 A비서관과 B비서관이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장관들이 차관이 어떤 인물이고, 그 밑에는 또 어떤 사람들인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함께 일을 하는 거다. 청와대 수석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느 부(部)는 총무과장 인사에까지 간여했다. 이러니 일이 되겠냐? 장관들이 책임 있게 일하기는커녕 눈치만 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몰라"
정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대통령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총선 전에 내가 청와대 들어가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다. 대통령께서는 '내가 장관들에게 차관 인사까지 다 위임했다'고 자랑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말씀드렸다.'대통령님, 실제로 그렇게 안 되고 있습니다'"라며 "펄쩍 뛰시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무슨 소리냐고. 그러시는데 내가 뭐라고 더 이상 얘기하겠냐. 대통령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 구성후 자신이 권력중심에서 밀려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은 내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분이다. 저러다 정두언이가 다치겠다 싶어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는 손을 떼고 당의 일만 맡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가 뒷전으로 빠지자 '공직자 중에 정두언과 관계 있는 ×들은 뿌리를 뽑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니, 세상에 왜 뿌리를 뽑느냐. 이러니 저뿐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 뛴 주변 사람들이 너무 기분이 나빠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문제 비서 등을 왜 한나라당이 견제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지하철 타면 왜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 어깨 툭 치고 지나가는 (건달 같은) 사람들 있잖아요. 쳐다보면 '야, 이 ××야!'라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잖아요. 청와대 수석들이 그 몇 명에게 모두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취재진에게 어느 장관이 자필로 쓴 기도문이라며 "분하다, 억울하다,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중략) 너는 기억하라. 지금의 이 근본이 너에게 있음을 기억할지어다…"는 글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도 일부 장관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음을 감지케 하는 대목.
"간신들은 기회 되면 다 정리돼"
그는 총선전 이상득 의원 공천반납을 요구하며 일으켰던 세칭 '55인 반란'과 관련해서도 "집권 초 '55인 사건'이란 게 있었잖나. 그때 의원 55명이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세 가지 원칙 준수를 촉구한 게 바로 55인 사건"이라며 "당시 조건은 첫째 세대교체를 위해 고령자 은퇴, 부정부패자 은퇴,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운동을 한 사람을 은퇴시킨다는 거였다. 다 실패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55인 사건에 앞장섰던 이재오 의원이 빠지면서 우리들만 이상하게 된 것"이라며 "그때 정말 '띠용~'하는 황당한 기분이었다"며 이재오 전의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역대에도 그런 간신들은 다 기회가 되면 정리됐다"며 대통령 주변 측근들을 간신으로 규정하며, "나는 장기적으로 전도양양하고 그 사람들은 하느님이 (악을 세상에 알리는) 도구로 쓴다"며 이들의 축출을 주문했다.
민심 이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류우익 비서실장과 수석비서들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다음날 나온 정 의원의 공세에 대해 간신으로 지목된 비서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면서도, 상황이 상황인만큼 말을 참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에선 정 의원 주장의 일부에 대해선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쇠고기 졸속협상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국민 눈에 '권력 암투'로 딱 비치기 좋은 정 의원의 원색적 공세가 제기된 데 대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