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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기자회견문] "김성호-이종찬 자진사퇴하라"

"이종찬, 이학수 방 찾아가 여름 휴가비 받아가기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성당에서 삼성 비자금 관련 5차 기자회견을 갖고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금융감독위원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황영기 전 우리은행 행장이 삼성 떡값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에게 들은 증언을 토대로 이들이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 수수를 했다고 주장하며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 명단 공개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편집자주>

사제단 기자회견문

"악령이 돌아가서 그 집이 비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말끔히 지워지고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기보다 더 흉악한 악령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 자리 잡고 산다. 그러면 그 사람의 형편은 처음보다 더 비참하게 된다. 이 악한 세대로 그렇게 될 것이다."(마태 12.43)

새 봄을 맞으신 국민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빌어드립니다. 아울러 국민들의 기대 속에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작년 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그룹의 비리와 구조적 부패상을 공개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히 경제부문의 불의와 부정을 청산하지 않는 한 오늘의 사회적 난맥을 도저히 타개할 길이 없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검찰과 특검이 일부 밝혀냈듯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욕심이 빚어낸 갖가지 타락상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들은 부당하게 축적한 부와 권력을 세습화하려고 상상하기도 힘든 불법과 편법을 마구 일삼았으며, 또 자신들의 범죄를 일상화하기 위하여 국가의 주요 관리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조직적으로 관리하였습니다. 금력으로 공권력을 장악해버린 삼성그룹은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국가기능을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업이 아니라 한 기업가의, 삼성이 아니라 이건희 일가의 범죄를 낱낱이 밝혀서 경제의 정의와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겨우 절차의 민주화 수준에서 정체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기형적인 모습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국민들께서 사제단의 이런 취지를 깊이 이해해주셨습니다만 검찰이 미루고 미루다가 특검이 겨우 삼성본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지 장장 백 여일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습니다. 일체의 증거를 폐기하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진실규며엥 나서야 할 수사기관이 도리어 이를 은폐하는 오늘날의 기현상은 금력과 공권력이 맺고 있는 유착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제단은 부득이 현 검찰총장, 대검중수부장, 국가청렴위원장 등 삼성이 관리하는 뇌물 수수 검찰명단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괴로운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의 허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사제들로서는 더 없이 불편하고 괴롭습니다만 삼성이 상징하는 불법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할 당면 과제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듯이 뇌물 로비 명단의 공개는 모든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 이뤄질 일이거나 아니면 해당자들의 회개와 자성노력을 통하여 불필요한 절차가 되도록 만들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추가로 명단을 밝히는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삼성과 심각한 유착관계에 있고, 정기적 뇌물공여대상이던 사람이 새 정부사정의 핵심직책을 맡거나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 되고, 과거 금융비리의 책임자가 국가 금융 감독 및 법령제정의 책임을 맡는 사태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삼성 비리가 채 밝혀지기도 전에 삼성 쪽 인사가 더 큰 책임을 맡게 되는 이 상황은 마치 집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 악령이 자기보다 더 흉측한 악령 일곱을 불러 함께 자리 잡더라는 성경말씀과 똑 같은 이야기입니다.

명단 공개의 해당자가 되신 분들에게 지극히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부디 이런 일들이 이명박 정부의 힘찬 출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의 부패상은 지도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점을 성찰하시면서 상대방에게 미움이나 원망을 돌리는 일이 없이 저마다 영혼의 내면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과 공정을 바라는 사제들의 충정을 정파 간 다툼의 핑계로 삼는 일 또한 생겨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종찬은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직 신분으로 삼성본관 이학수 사무실을 방문하여 여름 휴가비를 직접 받아간 적도 있는데, 이 일로 삼성 구조본 직원들이 수근대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김성호 역시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하였고,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습니다.

황영기의 경우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친 자로서, 재직 시 금융기관의 본질인 공신력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를 주도한 자입니다. 이렇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금융기관의 수장이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국가기관의 수장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은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만일 황영기가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된다면 자신이 자신을 단죄해야 하는 바 금감원 본래의 기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상 거명된 분들은 저희 사제단의 고뇌와 충정을 이해하시고 스스로 공직을 거절하거나 사퇴하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그것만이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 새로 출범한 정부를 돕는 겸덕의 길입니다. 그리고 곧 있을 검찰 간부인사에서도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보직에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훌륭한 분들을 임명하여 다시 이와 같은 걱정이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2008. 3. 5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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