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현장] 사제단 "청와대, 도둑이 제발 저린가"

<현장> "이번 공개 명단은 최소한의 것"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5일 4시 서울 상계동 수락산성당에서 가진 이명박 새정부의 '떡값 고위층' 폭로 기자회견장은 1백여명의 기자들로 입추의 여지도 없었다.

사제단의 구체적인 명단 공개는 지난 해 11월 12일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사제단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선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으로부터 본관사무실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구체적 정황과 함께 당시 구조본 직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사제단은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서도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제단이 이날 발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이는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한 황영기 금융감독위원장 후보. 사제단은 금감원의 우리은행, 삼성증권 특별검사를 언급하며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관리를 주도한 황영기 후보가 금융감독위 위원장이 된다면 자신이 자신을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인국 신부는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회견 전에 엠바고를 전제로 국정원과 청와대에서 자체조사 결과 사실무근이라는 논평을 냈다고 한다"며 "우리가 밝히지도 않은 인사를 어떻게 알아맞췄나.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을 이럴 때 써야겠다"고 꼬집었다. 김 신부는 또 "낙동강에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이 검출됐는데 환경당국이 1차적 조사만 했다고 한다"며 "이는 국민 생명을 책임져야할 국가기관이 직무유기를 통해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오늘날 삼성의 범죄를 대하는 국가 사법기관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회견후 추가명단 공개와 관련, "추가명단 공개는 삼성 비리의 맨 마지막 단계에 이뤄지거나 가능하면 공개될 필요가 없도록 본인들이 회개하고 자백해야 한다"며 "이번 명단공개는 최소한의 것"이라며 추가 명단 공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을 묻는 질문에는 "수사과정에서 금품을 직접 전달한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증언해야 할 문제"라고 더이상의 답을 피했다. 그는 거듭 증거 유무를 질문이 잇따르자, "증언이 갖는 증명력에 대해선 수사과정에서 밝힐 일"이라며 "사제단이 신념을 다해서 하는 증언과 범죄자들의 발뺌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진실인지는 상식이 분별하고 해당 수사기관이 식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사제단이나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특검을 방문해 진술할 용의를 묻는 질문에는 "특검의 진실성이 확인되면 만날 용의가 있지만 지난 번 사례처럼 되면 필요성을 못 느낄 것 같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보신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의원과 감사원의 내부 비리를최초로 고발했던 이문옥 전 감사관이 참석해 사제들을 격려했다.
최병성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