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베어백의 '사퇴고려 발언', 2010 월드컵 사전포석?

베이징올림픽에 '올인'. 올림픽호 감독직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

핌 베어벡 감독이 최근 프리랜서 기자 존 듀어든과 나눈 인터뷰 내용중 한 "아시안컵 4강에 오르지 못하면 사퇴를 고려하겠다"는 발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베어벡 감독은 인터뷰에서 만약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서 한국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한다면 코치로서 어떠한 자세를 취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러한 문제를 생각해봤다"면서 "우리가 만약 4강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취임 당시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 '사퇴고려발언'통해 목표 수정

당초 베어벡 감독은 지난해 2006 독일월드컵 직후 딕 아드보카트 전임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아 대표팀 감독에 취임하면서 당면목표를 2007 아시안컵 우승으로 설정한 바 있다.

따라서 베어벡 감독이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이 2007 아시안컵 우승을 하지 못하면 사퇴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 아닌 4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사퇴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뒤집어 보면 4강에 진출할 경우에는 설령 결승진출에 실패하거나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더라고 감독직 사퇴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결국 베어벡 감독의 당초 목표였던 아시안컵 우승이 4강진출로 목표수정된 셈이다.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발표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6일 아랍에메레이트를 3-1로 물리치고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진출한 올림픽대표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베어벡 감독은 성인대표팀의 A매치를 통해서는 언제나 수비불안, 골결정력 부족과 같은 경기력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고, 비판도 받아왔으나 올림픽호를 이끌고는 매 경기 승승장구하며 체면을 세워왔다.

'프리미어리거 3인방' 빠진 대표팀 아시안컵 전망 불투명 판단한듯

실제로 현재의 올림픽호의 멤버구성은 베이징올림픽 본선무대에서도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을만큼 탄탄한 조직력과 개인기량들을 갖추고 있는데다 나날이 가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아시안컵을 불과 1개월여 앞두고 있는 성인대표팀의 경우 '프리미어리거 3인방' 등 주축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완성된 조직력은 커녕 제대로된 '베스트11'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베어벡 감독의 시선은 이미 아시안컵을 지나 2008 베이징올림픽에 전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시안컵 4강이라는 기준은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베이징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기위해 설정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물론 베어벡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사이에 체결된 대표팀 감독직 계약기간은 오는 2008년 8월까지로 되어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종료시점까지다. 아시안컵 성적에 상관없이 베이징올림픽까지 대표팀 감독직이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의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아시안컵 4강 미만의 성적으로 감독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뻔뻔한 짓'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점을 베어벡 감독도 잘 이해하고 있다.

스스로 발굴, 육성한 올림픽호 '젊은피' 이끌고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결국 베어벡 감독은 자신이 발굴하고 키워낸 올림픽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을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상당수 포함시키면서 경험을 쌓게 한 뒤 내년에 있을 베이징올림픽에서 8강 이상, 한국축구사상 첫 메달획득이라는 의미있는 성적을 내는 것으로 최종 목표를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올림팍이 끝난 직후 베어벡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연장, 즉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노려볼 수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설기현(레딩FC), 이천수(울산현대), 김남일, 송종국(이상 수원삼성) 등 '2002년 4강멤버'에 더해 현재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멤버인 이근호(대구FC), 염기훈(전북현대), 김창수(대전시티즌), 한동원(성남일화) 등 베어벡 감독이 발굴하고 키워낸 선수들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멤버로 구성될 경우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코치직을 수행했고, 올림픽호를 이끌고 베이징올림픽 감독으로서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베어벡 감독만한 적임자를 그 시점에서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베어벡 감독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2010 남아공월드컵 감독직으로 가는 첫 관문인 셈이고, 올림픽이라는 두번째 관문으로 갈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결국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아시안 컵 4강이라는 성적이 현재의 대표팀 구성으로 나름대로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로 판단, '사퇴고려발언'을 통해 2010 남아공월드컵 감독직에 도전할 수 있는 초소한의 안전장치 내지는 사전 포석을 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재훈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