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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거들 '살인태클'에 K리그 병든다

위험천만한 백태클 난무. 심판들 '카드' 아끼지 말아야 지적도.

프로축구 K리그가 선수들의 동업자의식을 망각한 '살인태클'에 병들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전남드래곤즈와 전북현대의 K리그 경기에서 당시 주심을 맡았던 이영철 주심은 K리그 경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상대 전남 선수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한 전북 선수 2명을 퇴장시킨 것이다. 경기중 한 팀의 선수를 2명씩이나 퇴장시키는 장면은 K리그에서는 물론 다른 나라의 리그에서도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이영철 주심으로서는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위험한 태클로 인해 부상당하는 선수가 발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날 경기는 다행히 큰 부상자 없이 경기를 마쳤지만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한 관중이나 TV로 경기를 시청했던 시청자들은 양 팀 선수들의 위험한 태클장면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상대선수 안전은 뒷전. 피해선수 몇 개월씩 그라운드 못서고 시즌 접기도

문제는 이런 위험천만한 태클플레이가 K리그 그라운드에 만연해 있고, 고질적인 병폐임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데 있다.

지난해 4월 경남FC와 성남일화의 경기에서 경남의 김성재가 성남의 외국인선수 모따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해 모따는 치명적인 발목부상을 입고 6개월동안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경남측에서는 백태클이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백배 양보해서 백태클이 아니었다고 인정해준다고 해도 상대 선수를 6개월동안 그라운드에 설 수 없게 만든 명백한 '살인태클'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지난해 6월 수원삼성과 광주상무의 K리그 경기도중 당시 광주의 선수였던 박주성은 수원 이선우에게 태클을 시도했다. 당시 태클에 대비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태클을 당한 이선우는 뼈가 드러날 정도의 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접었다.

물론 태클의 당사자인 박주성은 퇴장당했지만 퇴장당해 경기장을 벗어나던 박주성은 반성의 기색은 커녕 뭔가에 실컷 화풀이를 해대고 있었다. K리그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업자의 '1년 장사'를 망쳐놓고도 그저 퇴장명령을 받는 것만 야속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살인태클'이 허슬플레이로 미화. '카드'에 소심한 심판, 선수부상 부추기는 꼴

태클은 축구에서 정당한 수비플레이로 인정되는 기술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태클기술은 투박하다. 학원축구때부터 체득해야할 기술인 태클기술에 대한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친 태클로 인해 상대방에게 부상의 위험성이 있더라도 일단 공을 빼앗을 수 있다면 태클을 시도하는 것이 국내 선수들의 대체적인 플레이 스타일이고, 이런 위험한 습관이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미화되기도 한다. 결국 선수들은 승리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위해 '살인태클'을 서슴지 않게된다.

여기에 위험한 플레이에는 가차없이 옐로우카드 또는 레드카드를 뽑아드는 소신있는 심판을 보기 힘든 것도 '살인태클'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수의 부상방지라는 중요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게 부담스러운 국내 심판들이 카드를 아끼면서 계속 부상선수만을 양산하고 있는 악순환이 매년 K리그 그라운드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재성 심판위원장은 위험한 파울을 범하는 선수들에게 가차없이 퇴장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태클에 관한 부분도 명백한 백태클이 아니면 좀처럼 카드를 꺼내지 않고 구두경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K리그, '하석주의 교훈'을 잊지말라

선수들이나 심판들이나 태클의 기술에 대한, 그리고 동업자의식이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이런 위험한 태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K리그 팬들과 선수들, 그리고 한국축구 전체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멕시코를 상대로 월드컵 역사상 첫 선제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제골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선제골을 터뜨렸던 하석주가 멕시코 선수에게 백태클을 가해 곧바로 퇴장당했다. 국내 경기였다면 구두경고 내지는 옐로우카드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국제대회에서 하석주의 태클은 당연 레드카드감이었던 셈이다.

결국 한국은 멕시코에 1-3 역전패를 당했고, 월드컵 첫 승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당시 하석주의 단 한 번의 백태클이 한국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렇듯 뼈아픈 '하석주의 교훈'을 간직한 한국축구 임에도 K리그 그라운드에서는 오늘도 선수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살인태클'에 소중한 선수들이 쓰러져가고 있다. 한국축구를 위해서나 K리그의 수준향상을 위해서도 '살인태클'은 반드시 사라져야할 병폐라는 목소리에 선수, 코칭스텝, 심판 등 K리그의 모든 구성원들이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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