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이 '국민 냉소' 받는 5가지 이유
<현장> "특정정파에 치우치고 '이름걸기식 연대운동'에 안주"
"현재 시민단체들이 처한 환경은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이 진단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주소다.
경실련, 흥사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녹색미래 등 정치중립적 성향의 4개 단체는 22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NGO 사회적 책임운동 준비위원회’ 발족 기념 토론회를 갖고 '시민운동 20년의 참담한 현주소'를 자성했다.
"시민단체들, 지난 몇년간 특정정파에 치우쳐"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시민단체들이 처한 환경은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몇몇 명망단체 외에는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환경 개선이 없이는 시민단체가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누구나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87년 이후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20년간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진화하지 못한 데 있다”며 “이제는 기존의 낡은 운동모델을 버리고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대표적 시민운동단체들의 낡은 패러다임은 '정파적 편향성, 정치과잉, 비전문성, 일방주의적 운동, 시민없는 시민운동' 등. 특정 단체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단체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미뤄 짐작가능했다.
박 사무총장은 우선 ‘시민단체의 정파적 편향성’과 관련, “시민단체의 비당파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단체들이 특정 정파에 치우친 태도를 취해왔고 그 결과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각종 선거과정과 대통령 탄핵정국 등 민감한 정치상황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특정정파에 치우쳐왔다고 시민들이 인식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정치과잉’과 관련,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특히 정당간 첨예한 대결국면이 형성된 이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활동들은 시민들의 눈에 잘 드러난다”며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실종되고 정략적 접근이 지배하는 우리사회의 정치현실을 감안한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방주의적 운동' 방식과 관련해선 “자신들이 대변하는 집단의 이해관계나 추구하는 가치에 지나치게 높은 가중치를 두면서 사회 전체적 편익 혹은 다른 가치와 적절한 균형을 맞추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며 “갈등해소 지향적인 접근방식의 부재는 일방주의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성 없이 '이름걸기식 연대운동' 펼쳐"
박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비전문성’에 대해선 “그릇된 운동방식이 전문성에 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전문성 없이 모든 사안에 이름을 걸고 끼어든 수백개 시민단체들의 '백화점식 운동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은 이슈에 대해 '이름걸기식 연대운동'을 펼칠 경우 전문성도 없이 얼굴을 내미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운동방식은 시민단체의 ‘합리성과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외부 비판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변하는 시민운동의 본질적 사명을 훼손했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이라며 “회원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는 내적인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시민사회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들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단체 자율로 유지됐던 윤리강령, 행동규범들을 시민단체 전반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운동의 윤리' 확립의 필요성을 지적한 뒤, "효과적인 이행력 강제방안과 모든 단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식적인 규범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 “미래구상, 시민단체 대변한다고 말하지 말라”
토론회 참석자들은 특히 이날 시민단체 출신 명망가들로 구성된 ‘창조한국 미래구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주목을 끌었다.
김운호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는 “독일 녹색당이나 소비자단체의 수장이었던 랄프메이더처럼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도 “다만 (미래구상이) 시민사회를 대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시민사회단체의 운동 자체는 현실 정치안에 들어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도 그들에게 시민사회의 가치를 대변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그렇게 되면 기존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게되고 한국 시민운동의 엄청난 퇴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은 대선이라는 공간에서 자신들이 지켜온 가치를 확산하는 유권자 운동, 후보 정책 검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래구상이라든지 다른 방식의 집단은 그런 의미에서 이미 시민운동의 영역을 떠났다고 보면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오수용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래 수많은 시민사회 인사들이 정치에 참여했고 그때마다 현란한 구호로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내걸었지만 한국 정치 문화는 변화된 게 거의 없다”며 “정치권에 가서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데 다만 시민운동을 분명히 접고 정치운동을 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병옥 사무총장은 “정치적 시민운동도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정체성을 명확히 들내고 커밍아웃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시민운동은 정파적 편향, 정치적 지향의 측면에서 이들과 다른 길을 가면 오히려 시민사회가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발족 기념 토론회를 시작으로 3월 중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NGO 사회적 책임 컨퍼런스’, 4월 중 ‘NGO 사회적 책임운동 발족식 및 사회적 책임 헌장.행동규범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NGO 사회적 책임 포럼’을 운영하면서 가입 단체들에 대한 상시적인 내부 감시 및 성과 공유 등의 연대사업에 나설 예정이어서, 크게 실추된 시민운동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시민단체들이 진단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주소다.
경실련, 흥사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녹색미래 등 정치중립적 성향의 4개 단체는 22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NGO 사회적 책임운동 준비위원회’ 발족 기념 토론회를 갖고 '시민운동 20년의 참담한 현주소'를 자성했다.
"시민단체들, 지난 몇년간 특정정파에 치우쳐"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시민단체들이 처한 환경은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몇몇 명망단체 외에는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환경 개선이 없이는 시민단체가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누구나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87년 이후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20년간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진화하지 못한 데 있다”며 “이제는 기존의 낡은 운동모델을 버리고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대표적 시민운동단체들의 낡은 패러다임은 '정파적 편향성, 정치과잉, 비전문성, 일방주의적 운동, 시민없는 시민운동' 등. 특정 단체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단체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미뤄 짐작가능했다.
박 사무총장은 우선 ‘시민단체의 정파적 편향성’과 관련, “시민단체의 비당파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단체들이 특정 정파에 치우친 태도를 취해왔고 그 결과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각종 선거과정과 대통령 탄핵정국 등 민감한 정치상황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특정정파에 치우쳐왔다고 시민들이 인식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정치과잉’과 관련,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특히 정당간 첨예한 대결국면이 형성된 이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활동들은 시민들의 눈에 잘 드러난다”며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실종되고 정략적 접근이 지배하는 우리사회의 정치현실을 감안한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방주의적 운동' 방식과 관련해선 “자신들이 대변하는 집단의 이해관계나 추구하는 가치에 지나치게 높은 가중치를 두면서 사회 전체적 편익 혹은 다른 가치와 적절한 균형을 맞추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며 “갈등해소 지향적인 접근방식의 부재는 일방주의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성 없이 '이름걸기식 연대운동' 펼쳐"
박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비전문성’에 대해선 “그릇된 운동방식이 전문성에 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전문성 없이 모든 사안에 이름을 걸고 끼어든 수백개 시민단체들의 '백화점식 운동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은 이슈에 대해 '이름걸기식 연대운동'을 펼칠 경우 전문성도 없이 얼굴을 내미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운동방식은 시민단체의 ‘합리성과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외부 비판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변하는 시민운동의 본질적 사명을 훼손했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이라며 “회원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는 내적인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시민사회 안팎에서 제기된 비판들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단체 자율로 유지됐던 윤리강령, 행동규범들을 시민단체 전반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운동의 윤리' 확립의 필요성을 지적한 뒤, "효과적인 이행력 강제방안과 모든 단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식적인 규범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 “미래구상, 시민단체 대변한다고 말하지 말라”
토론회 참석자들은 특히 이날 시민단체 출신 명망가들로 구성된 ‘창조한국 미래구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주목을 끌었다.
김운호 경희대 NGO대학원 교수는 “독일 녹색당이나 소비자단체의 수장이었던 랄프메이더처럼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도 “다만 (미래구상이) 시민사회를 대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시민사회단체의 운동 자체는 현실 정치안에 들어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도 그들에게 시민사회의 가치를 대변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그렇게 되면 기존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게되고 한국 시민운동의 엄청난 퇴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은 대선이라는 공간에서 자신들이 지켜온 가치를 확산하는 유권자 운동, 후보 정책 검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래구상이라든지 다른 방식의 집단은 그런 의미에서 이미 시민운동의 영역을 떠났다고 보면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오수용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래 수많은 시민사회 인사들이 정치에 참여했고 그때마다 현란한 구호로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내걸었지만 한국 정치 문화는 변화된 게 거의 없다”며 “정치권에 가서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데 다만 시민운동을 분명히 접고 정치운동을 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병옥 사무총장은 “정치적 시민운동도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정체성을 명확히 들내고 커밍아웃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시민운동은 정파적 편향, 정치적 지향의 측면에서 이들과 다른 길을 가면 오히려 시민사회가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발족 기념 토론회를 시작으로 3월 중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NGO 사회적 책임 컨퍼런스’, 4월 중 ‘NGO 사회적 책임운동 발족식 및 사회적 책임 헌장.행동규범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NGO 사회적 책임 포럼’을 운영하면서 가입 단체들에 대한 상시적인 내부 감시 및 성과 공유 등의 연대사업에 나설 예정이어서, 크게 실추된 시민운동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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