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축구'와 페어플레이, 그리고 100%에 가까운 공정한 심판판정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신사의 스포츠'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온갖 트릭과 반칙으로 만연해 있는 세계 축구계에 있어 비디오판정 도입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동안 월드컵 등 수 많은 세계규모의 축구이벤트에 있어 편파판정, 오심 등 심판판정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대회가 없었고, 심판들의 눈을 피하거나 속이면서 선수들이 행하는 각종 시뮬레이션 액션과 반칙들이 점점 더 지능화함에 따라 비디오판정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수도 없이 제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등 주요 축구관련 국제기구들은 대기심을 포함해 총 4명의 심판이 드넓은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대책으로 심판의 인원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할 뿐 어쩌면 가장 확실한 대안이랄 수 있는 비디오판정에 대해서 만큼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최근 구단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나는 크리켓이나 럭비 팬은 아니지만, 이런 스포츠가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들여 변화를 받아들인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축구계도 이런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축구계에는 신기술 도입을 어떻게 해서라도 막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 그러나 거액의 돈이 움직이는 축구에서 판정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나의 판정이 우승이나 강등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축구에 있어서 정확한 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디오판정을 도입할 것을 주장 했다.

퍼거슨 감독은 또 지난 2006독일월드컵 결승전을 예로 들며 "월드컵 결승전서 지네딘 지단이 퇴장당했던 장면은 4번째 심판이 TV 화면으로 검토했던 것이 아마 분명할 것이다. 즉 상황에 따라 비디오 판정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밝혀 당시 지단의 퇴장이 사실상의 비디오판정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비디오판정 문제와 관련 제프 블레터 FIFA 회장은 비디오 판정 도입에 대해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비디오 판정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물론 블레터 회장이 최근 골판정의 정확성 확보를 위해 비디오판정을 시범실시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매우 한정적인 범위의 비디오판정으로서 전면적인 심판판정에 대한 비디오 판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럽축구계의 개혁을 주창하며 UEFA의 신임 수장으로 선출된 미셸 플라티니 회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비디오판정 도입보다는 심판의 수를 2명 더 늘리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을 했다. 축구계에 만연해 있는 부의 편중, 도박, 금지약물복용 등 문제에 확실한 개혁의지를 드러냈던 플라티니 회장 조차도 심판판정 문제에 만큼은 매우 신중하고 어찌보면 보수적이랄 수 있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다른 종목의 스포츠들이 속속 비디오판정을 도입함으로써 판정의 정확성을 기하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도 불구하고 블레터 회장이나 플라티니 회장을 위시한 국제 축구계가 비디오판정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정확한 판정보다는 심판의 권위를 우선시하면서 권위있는 심판의 소신있는 심판판정에 대해 선수가 절대적인 복종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축구'로 대변되는 축구의 고전적 전통을 깨뜨리는데 아직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비디오판정 도입이 아닌 심판의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오프사이드나 골판정에 있어서의 정확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심판증원 방안은 나름대로의 타협점인 셈이다. 그러나 그 효과면에서 비디오판정만큼의 정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개별적인 판정에 대해 확실한 정리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결국 그라운드에 심판이 3명이든 5명이든 심판들은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분명 심판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