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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일해공원' 침묵하며 집권 바라나”

<현장> 경남지역단체 한나라 항의방문, "전두환기념관도 추진중"

전두환 아호를 딴 경남 합천 ‘일해공원’ 파문의 불똥이 한나라당 및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일해공원이 한나라당 소속 합천군수와 군의원들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경남대책위 "다시 피와 학살의 역사로 되돌아가자는 건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 경남지역 1백47개 단체로 구성된 ‘전두환 공원 반대 경남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회원 50여명이 당사 앞에서 강재섭 대표를 항의방문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날 항의방문에는 경남대책위 회원들뿐만 아니라 삼청교육대피해자모임,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등도 가세했다.

고 강경대 열사 부친인 유가협 강민조 의장은 “우리는 사랑하는 내 자식과 가족을 전두환 정권에 빼앗기고 평생을 그들과 싸워왔다”며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강 의장은 “아직 유가족들 가슴 속의 멍 자욱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피의 역사를 불러온 학살자 전두환을 추모하는 공원이 생긴다니 말문이 막힌다”며 “한나라당은 다시 과거 피와 학살의 역사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제 대선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현재의 인기와 지지도에 도취돼 과거 부끄러운 역사를 되찾으려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며 “이런 집단이 대권을 잡게 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도 “지금 벌어지는 이 상황은 우리가 수십년간 수천, 수만명의 희생으로 쌓아온 절차적 민주주의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일해공원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독재자의 피로 얼룩졌던 80년 5.18항쟁의 역사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1백4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전두환 공원 반대 경남대책위원회'가 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최병성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남지역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인권을 유린당한 삼청교육대유가족협회, 민가협 등의 관계단체들도 가세했다.ⓒ최병성 기자


"박근혜-이명박, 저급한 역사인식으로 정권 잡으려 하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침묵에 대한 비판도 터져나왔다.

김은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상식적으로 쿠데타 세력, 군부독재세력, 부정부패 세력을 기념하는 공원을 짓는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신들이 처한 애매모호한 처지 때문”이라며 “그들의 침묵은 한나라당이 대선국면에서 보여 줄 정체성의 혼란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들이 여기저기 눈치만 보며 저급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계속 침묵하는 한, 올해 내내 제2,3의 일해공원 사태가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기남 합천군민 대책위 사무국장도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은 그들이 국민을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해공원 문제는 합천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역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박근혜 전 대표나, 경제문제로 대중을 현혹시키며 민주주의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번 사태에 침묵하는 한 그들은 대선을 말할 자격도, 말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경남대책위 소속 회원들.ⓒ최병성 기자


"합천군, 일해공원 이어 기념관 추진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강재섭 대표에게 항의서한을 방문하기 위해 당사에 들어가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시설경비를 요청해 출동한 경찰 2백여명에 막혀 20여분간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강 대표와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지역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며 연좌농성에 돌입했고, 한나라당은 연좌농성에 계속되자 대책위 관계자 7명으로 구성한 대표단의 방문을 허용했다. 그러나 당사 안에서 대표실에 직접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 대책위 측과 민원실에 접수하고 돌아가라는 한나라당 측 관계자간 설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 한나라당 박원관 민원국장은 "‘왜 이렇게 생떼를 쓰냐", "한나라당에는 한나라당만의 룰이 있다"며 민원실 접수를 주장하다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욕설을 듣자 곧바로 욕설로 대응해 당사 로비에서 한 차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 국장은 대책위 관계자들의 항의와 사과 요구가 이어지자 급히 사무실로 들어갔고 대신 다른 당직자가 항의서한을 접수했다.

이들은 강재섭 대표를 직접 만나 항의하기 위해 국회로 향했지만 국회 진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2월 중순경 전국 2백여개 단체가 상경해 대규모 한나라당 규탄집회를 여는 한편 일해공원 명칭 철회 및 재선정을 위한 군민투표 청원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최현석 대책위 공동대표는 “현재 합천군청은 군민의 여론과 상관없이 일해공원 강행을 공언하고 있고 전두환 추종자들은 전두환 기념관까지 추진하는 실정”이라며 “이번에 막아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독재정권의 학살자를 기리는 지역이 탄생하게 된다”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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