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여 천주교 시국미사 "위정자는 촛불의 바다 보라"
<현장> 문재인 의원, 촛불집회 첫 참석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200여명의 사제와 500여명의 수녀, 신자와 시민 등 5천여명(경찰 추산 1천7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시국미사에서 참석자들은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대선개입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정원 해체와 관련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청와대의 검찰 진상규명 노력 제재 음모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민주당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강기정, 양승조, 노영민, 홍종학, 배재정, 유승희, 이언주, 우윤근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등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1부 문화제에 이어 열린 2부 시국미사에서 강론에 나선 마산교구 하춘수 신부는 "대북심리전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국정원의 선거조작은 국가공무원의 기본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며 "이런 파렴치한 행위는 국정원 경찰, 방송사들과 보수신문들에 의해 은폐, 축소, 왜곡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 문제에 대해 비호세력으로 함께 움직이는 걸로 볼 때 한통속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중요한 것은 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가 과거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라며 "음지에서 조용히 움직여야할 정보기관이 이제 대놓고 정치적 이슈를 공작해내고 있으니 국민들은 언제 또 국정원이 기괴한 일을 모의해낼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국정원이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정자들은 촛불의 바다를 보고, 이분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에게 눈 돌리지 않고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권은 또 하나의 독재일 뿐"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이미 진실은 드러났다. 국민들의 분노를 보고 공안통치,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들이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호소는 무시되었다"며 "최근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정부와 여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했으며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마저 또 다른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억지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박 대통령에겐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개입과 여론조작 등 지금까지 국정원이 저질렀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해악과 범죄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법의 심판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며 "그때 비로소 역사가 바로 설 수 있고 대통령 자신 역시 '대선무효'라는 불명예를 씻고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다"고 촉구했다.
사제단은 시민들에겐 "앞으로 닥칠 공안정국 아래 우리의 일상은 용산참사와 쌍용차 해고사태, 4대강과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 제주 강정 구럼비와 같은 파괴와 불법의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저항의 정신으로 거짓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운동에 함께 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제단은 국정원에 대해선 "국정원은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불법으로 자신이 얼마나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해악적 존재인지 스스로 충분히 증명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다 .당장 해체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시국미사 마무리 후 30여분간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한상균 쌍용자동차 전 지부장 등을 무대에 올려 국정원 내란음모 사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등 현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국정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실체, 증거 등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하고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 국정원의 매카시즘 광풍을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정리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상균 전 지부장은 "억울하게 해고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4년째 바깥에 나와있다"며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인천교구 장동훈 신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거리에 있고, 밀양 송전탑은 강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여기 모인 여러분이 어미잃은 민주주의의 어머니가 되어달라. 어미잃은 노동자들과 밀양 주민들의 어머니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사제단은 시국미사를 마치고 161일째 미사가 이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한문 분향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이날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는 오는 28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13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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