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간부 자살, "희망의 끈 놓지 마시길"
자택 현관에서 목맨 채 발견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박 사무장은 이날 오전에 열릴 지회 상집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전화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에 지회 상집 두 명이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있는 집으로 찾아 갔고 현관 입구에서 목맨 채 자살한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오후 2시30분 지회 간부 입회하에 과학수사대가 도착해 시신과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현장 감식과정에서 고인의 노트에 쓰인 유서가 발견됐다.
고인은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남긴 유서에서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비겁한 세상에 저 또한 비겁자로서 이렇게 먼저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라며 "저를 아끼고 사랑해준 모든 이에게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위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고인은 "같은 꿈과 희망을 쫓았던 분들에게 전 그 꿈과 희망마저 버리고 가는 비겁한 겁쟁이로 불러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그 꿈과 희망을 찾는 끈을 놓지 마시고 꼭 이루시길....."이라며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고인은 또 모친에게 "어머님 못난 아들이 이렇게 먼저 떠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고인은 2004년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ㅂ 업체에 입사, 2010년 7월 노조에 가입해 지난 해 지회 선전부장, 올해는 사무장직을 맡으면서 사측을 상대로 한 상경, 노숙투쟁에 적극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현대차 사내하청지회는 2010년과 2012년 연거푸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는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고 사측과 특별교섭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있다. 노조는 사내하청노동자들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대신 사내하청 노동자 7천700여명의 절반 수준인 3천500명만 오는 206년까지 단계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그러면서 직접고용의무가 생기는 개정파견을 피하기 위해 1천400여명의 사내하청노동자를 2년짜리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이렇게 교섭 중단으로 현장에서 '불법'이 해소되지 않는 사이, 지난 4월에는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가 계약해지 석달만에 목숨을 끊었다. 또 2010년, 2012년 두 차례 걸쳐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낸 최병승, 천의봉는 272일째 울산공장 앞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대차 정몽구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며 "고인의 한을 푸는 길은 법위에 군림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는 것,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것, 그리고 비정규직을 철폐시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하고 최선의 투쟁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이날 오후 고인의 시신을 온양장례식장으로 운구한 뒤 민주노총 충남본부, 노조 충남지부,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지회 등이 대책을 논의 중이다.
한편,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100대, 지역에서 50대의 희망버스를 나눠 타고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집결해 대규모 연대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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