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쇄에 환자들 "여기서 죽겠다"
홍준표 지사의 강행 조치에 환자들 패닉
휴업 예고에도 의료원 내 노인요양병원과 급성기 병원에 남은 환자들은 경남도가 가난한 환자들을 끝내 외면했다며 소외감을 감추지 못했다.
뇌경색으로 입원한 우화자(69·여) 씨는 "진주의료원이 휴업하면 갈 곳이 없다. 죽을 때까지 남아 있을 거야"라며 눈물을 흘렸다.
우 씨는 공공병원인 의료원이 휴업하면 우리 같은 저소득층 환자들은 어떻게 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심장병을 앓는 이갑상(79) 씨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병동 천장만 바라봤다.
우 씨는 "가족도 집도 없는 처지에 20년 전 병까지 얻어 이곳에서 치료받으며 연명하는데 휴업하면 더는 갈 곳이 없다"며 연방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제발 병원에서 쫓아내지 마세요. 여기서 나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무릎 수술을 받고 2개월 전에 입원한 김상금(80·여) 씨는 "어차피 걷지도 못하는데 폐업할 때까지 끝까지 남아 치료를 받겠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같은 시간 휴업 발표 소식을 전해 들은 의료원 총무팀과 노인요양병원 관리팀 직원 10여 명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일부는 소리 없이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배상균 총무팀장은 "직원들이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휴업은 막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근무해 왔는데 이제는 물거품이 됐다"고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경남도는 지금이라도 폐업 이유로 밝힌 임금체계, 적자와 부채 원인 등을 따져 책임 소재를 가리고 결과에 맞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인요양병원 관리팀 석승훈 씨는 지난 8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는데 휴업으로 직장마저 잃게 되면 가족이 파탄지경에 몰린다고 처지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 이곳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아내와 함께 각각 2천만원의 빚을 내 겨우 생활해 왔다"며 "경남도에서 약속한 만큼 직원들의 재취업 등을 책임져 달라"고 건의했다.
일부 직원 사이에는 폐업이 아니라 휴업을 결정한 경남도에 감사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달간 휴업 기간에 조기 퇴직하거나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남겨 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의료원 내 노인요양병원에 37명, 급성기 병원에 6명, 호스피스완화센터에 1명 총 44명의 환자가 남아 있다.
경남도의 휴업 발표 이후 상당수 환자가 퇴원이나 전원을 준비하고 있어 입원 환자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경남도는 휴업해도 갈 곳 없이 잔류한 환자들의 진료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의료원에 보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휴업 발표는 국민 건강 포기이자 공공의료 파괴선언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와 정상화 방안 수립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오는 4일 청와대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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