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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저지속 도심 곳곳서 "한미FTA 반대"

<현장> 한미FTA 3차 총궐기, 경찰과 충돌로 27명 연행

한미FTA저지 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열린 6일 오후 1만명의 노동자, 농민, 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참가자들은 을지로, 동대문, 충무로, 회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가두행진을 벌였다.

전국 8개 광역시도에서도 노동자.농민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시다발로 집회가 진행됐고 경찰과 충돌하며 27명이 연행된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이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역시 서울시청 앞 광장을 경찰버스 32대로 틀어막고 일반인들의 출입마저 통제한 것을 비롯해 서울에만 180개 중대 1만8천여명의 병력을 배치, 인권위의 집회.시위 보장 권고를 무색케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지난 2차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경찰이 재차 원천봉쇄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집회장소와 시간을 변경하고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식 선전전을 진행했다.

경찰은 6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3차 총궐기대회를 사전봉쇄하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에 32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형성했다.ⓒ최병성 기자


서울 명동.을지로.충무로 일대 가두.선전전 진행

범국본은 “정부와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봉쇄함에 따라 직접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나겠다”며 가두행진과 선전전을 병행했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종묘역으로 예고했던 총궐기대회를 민주노동당의 사전결의대회가 열리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변경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의 ‘비정규 악법 날치기 통과 규탄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3시 40분부터 3차 총궐기대회를 시작했다.

투쟁사에 나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이 정부가 한나라당과 야합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노동자가 길거리로, 날품팔이로 내몰리는 현실에 대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경식 전농 의장도 “노동자가 농민이 이 추운날에 아스팔트에 앉아 우리 요구를 외치게 한 집단은 노무현 정권과 재벌이라는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세력들”이라며 “한미FTA가 이 땅 국민을 살릴 수 있다는 거짓에 속지 않기 위해 경찰의 탄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3차 총궐기대회를 성사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국본 소속 11개 부문 대표들은 단상에 올라 공동결의문을 낭독한 후 ‘광우병 미국소’ 모형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마친 후 각 부문별로 사전에 배정된 장소로 삼삼오오 이동했다.

범국본 "한미FTA협상의 불평등이 분명해지고 있다"

범국본은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협상은 협상개시 선언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을 종합해보면 한국측이 얻는 것은 없고 미국측에 퍼주기만 하는 불평등한 협상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3차 총궐기대회에서 범국본 각 부분 대표 11명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광우병 미친 소'를 불태우는 상징의식.ⓒ최병성 기자


이들은 “우리는 정부당국의 협상자세와 더불어 군사독재시설을 방불케 하는 경찰파쇼적 탄압을 규탄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온 정당한 민심의 표출을 ‘기획폭력집회’ 운운하며 무더기 수배, 연행, 구속을 자행하고 심지어 헌법에 명시된 집회시위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계엄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탄압은 결국 망국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을 은폐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 당국은 헌법을 유린하는 비이성적인 탄압과 기만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오후 4시30분께 집회를 마친 범국본은 농민.노동자.대학생 그룹으로 나눠 농민은 충무로, 노동자는 동대문, 대학생은 회현역에서 촛불문화제 장소인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세 갈래로 나눠진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오후 5시 35분께 을지로 3가에서 합류해 을지로 2가까지 왕복 6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을 이어가다 을지로 2가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퇴계로 방면을 통해 명동 밀리오레 앞까지 진출했다.

을지로 2가 4거리에서 명동방향의 행진로를 트고 나머지 길목을 경찰버스 6대로 가로막았던 경찰은 뒤늦게 이들을 쫓아갔지만 참가자들은 이미 명동 밀리오레 왕복 8차선에서 대오를 정비하고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명동 밀리오레 앞, 경찰-참가자 충돌, 27명 연행

이후 약 1시간동안 경찰과 참가자들은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고 3백여명의 대학생들은 중간에 명동 골목을 통해 회현 고가 아래로 진출, 경찰과 격렬히 대치하기도 했다.

나머지 5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오후 6시 30분부터 명동성당으로 이동을 시작해 7시 10분께 이날의 마지막 행사인 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밀리오레 앞에서의 몸싸움으로 총 12명의 연행자가 발생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자리를 뜨지 않고 명동 중앙로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중 일부도 행사가 마무리된 오후 8시30분께 이들의 농성에 합류, 다시 1천여명의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과 참가자들은 1시간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 이 과정에서 연행자는 27명으로 늘어났고 민주노동당 당원 한 명은 허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서울백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참가자들은 오후 10시까지 항의농성을 계속하다 경찰서 항의방문을 결의하고 이날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범국본은 노동자.농민.대학생을 나눠 거점별 가두행진을 전개했다.ⓒ최병성 기자


명동 밀리오레 앞까지 진출한 집회 참가자들은 1시간 넘게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최병성 기자


전국 8개시도 동시다발 집회, 충돌없이 마무리

한편 이날 전국 8개광역시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범국본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집회가 열린 대구 중구 공평로 대구시청 앞에는 1천여명의 노동자.농민이 참가, 중구 동성로 2가 교보생명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후 촛불집회를 열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범국본 회원 4백여명이 문연로 제주도청 앞에서 동문로터리까지 가두행진과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울산에서도 남구 상산동 울산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3천여명이 별다른 충돌 없이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밖에 전북 전주와 경남 창원은 각 지역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부산에서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총궐기 집회가 끝난 후 도심 곳곳에서 가두시위와 선전전이 진행됐다.

범국본은 이날 3차 총궐기대회를 끝으로 올해 대규모 집회를 마무리 짓고 내년 초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미FTA 6차 협상에 맞춰 투쟁일정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11월 22일과 29일, 12월 6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범국민 총궐기대회에는 전국의 노동자.농민.시민 20만여명이 참석했고 민주노총도 35만여명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또 현재까지 한미FTA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에 참가한 사람은 1백34만 7천2백16명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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