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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는 콩알탄, 집값폭등은 원폭”

<현장> 종부세 거부 '강남3구 의회' 규탄 "절반이 종부세 대상"

“85억원에 달하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강남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해당 구의원들 다수가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억원씩 불로소득을 얻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불로소득에 세금 몇 푼 매기는 것은 무슨 천인공노할 일이란 말인가? 권리만 알고 의무는 모르는 대한민국 졸부들의 의식수준과 한심한 작태가 개탄스럽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부동산세 납부 거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세칭 '강남3구' 의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회는 지난 10월 31일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종부세 완화를 요구하는 청원세를 제출하자 종부세 완화 결의안을 채택해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송파구의회도 지난달 16일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의 종합부동산세 저항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오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의 행태를 '가진자들의 횡포'라며 맹비난했다.ⓒ최병성 기자


종부세 거부 앞장 선 구의원들, 절반 이상이 종부세 대상

이날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발표한 ‘강남·서초·송파 구청장과 구의원들의 부동산 소유 및 종부세 대상 현황’을 보면, 올해 8월까지 재산을 공개한 강남 3구 의원 34명 가운데 종부세 대상은 절반이 넘는 19명이었고, 이 가운데 12명은 1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이학기 강남구 의회 의장은 서울 압구정동에 12억원대 아파트 등 보유 부동산이 85억6천5백31만원에 달했고 금익모 서초구 의원도 서초동 12억원대 아파트 포함 4개 주택과 상가 등 총 23억원 1천8백16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종례 송파구 의원도 송파구 풍납동에 11억 4천만원대 상가를 포함한 5개 주택과 상가 등 총 27억7천8백43만원에 달했다.

이들 강남 3구의 종부세 거부운동이 실상은 ‘자기재산 지키기가 아니냐는 빈축을 사는 대목중 하나다.

"가진 자 비호에 급급한 당신들, 도시빈민들이 보이기는 하나"

이날 기자회견에는 각 구의회 소속 지역당원들을 비롯해 강남구 포이동, 서초구 우면2지구 등 도시빈민들이 참석해 이들의 행태를 맹성토했다. 특히 ‘타워팰리스 아래 판자촌’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포이동 2백66번지 주민들과 서초구 우면2지구 철거민들 30여명은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조철순 포이동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서민들은 추운 겨울에 연료비가 부족해 냉골에서 생활하는데 강남의 정치인들은 자기재산을 지키기 위해 종부세 저항을 하고 세금을 깎아달라고 한다”며 “서민들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가진 자만 목소리를 내는 이 나라가 한심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우면지구 주민들도 “지금 온 나라가 부동산 문제로 들썩거리고 있지만 그것은 부동산 소유 계급, 세력들간의 문제일뿐, 자신의 소득으로 안정을 이룰 수도 없고 언제든 주거지가 개발논리에 밀려 포크레인 삽날에 산산이 조각나야 되는 우리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종부세를 거부하는 강남부자들은 반사회적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남의 집부자들이 종부세를 두고 ‘세금폭탄’ 운운하는데 종부세가 콩알탄 수준이라면 아파트값 폭등으로 그들이 얻은 불로소득은 핵폭탄급”이라며 “대한민국 졸부들의 천박한 의식수준과 한심한 작태”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7억 6천만원에 분양받은 삼성동의 56평짜리 아파트는 2년만에 32억원으로 뛰어 무려 24억원이나 올랐고 17억7천만원에 분양받은 73평짜리는 47억 5천만원으로 무려 30억원 가까운 불로소득을 챙겼다”며 “그러나 이 아파트들에 매겨지는 종부세는 고작 8백만원에서 1천8백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강남의 부동산 투기꾼, 졸부들이 화려한 돈잔치를 벌이는 이면에는 3천7백63가구가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극심한 빈부격차의 현실이 있다”며 “그러나 부자들 환심 사기에 바쁜 구의원들은 장애인과 도시빈민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임대아파트를 막기 위해 황제테니스장을 유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친 듯 날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더욱 강력한 부동산 이익환수와 소유제한,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한다”며 향후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남구 포이동, 우면지구 등 도시빈민들이 대거 참석, '부자들의 조세 저항'을 맹성토했다.ⓒ최병성 기자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강남구의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향후 강남.서초.송파구의회 구의원들의 토지보유현황을 추가공개하는 한편 이들의 종합부동산세 납부에 대한 감시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종부세 거부는 일부, 강남주민 매도급으로 넘기지 말라"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던 강남구의회 앞을 지나가던 주민들은 강남구의회의 종부세 개정촉구 운동에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대치동 선경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종부세를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올린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철회니 인하니 하는 걸 누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겠냐”며 “일부 주민들로 인해 여기 사는 사람들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도 “우리가 언제 세금 깎아달라고 했나, 왜 이 지역 사람들을 모두 부도덕하고 뻔뻔한 사람들로 몰고가냐”고 강남구 의회에 불만을 토로한 뒤, “세금 더 내는게 달가울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피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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