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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제한법 방치는 국회.정부 배임행위”

각계인사 7백12명, 이자제한법 연내 제정 촉구

외환위기 직후 폐지된 이자제한법의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서민경제 침체와 높아진 은행대출 문턱 탓에 생계형 고리대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를 악용한 불법 사채업체의 폭리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약탈적인 고금리 규제하고 합리적 이자운용 보장해야”

정치권.학계.시민단체 인사 7백12명은 4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경제 파탄의 주범인 고리 사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이자제한법의 연내 제정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98년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가경제운용의 필수적인 법률 부재가 가져온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사금융 시장의 이자율은 2백% 넘게 폭등, 서민들은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사금융 시장의 규모도 10배 가까이 팽창해 시장의 자금상황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합리적인 이자를 벗어나는 약탈적인 고금리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질서 수호와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국가의 개입과 규제가 요구된다”며 “이자제한법 제정으로 약탈적 고금리를 규제하고 합리적 이자운용을 보장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학자.경제학자.변호사.정치인을 비롯한 각계인사 7백12명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자제한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했다.ⓒ최병성 기자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고금리.불법사채업 기승

재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사금융 이용자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2백10%.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대체된 대부업법 상한금리(연 65%)의 3배를 넘어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자제한법 폐지 이전 평균 금리가 연24~3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사금융이 취하는 폭리는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고금리로 폭리를 취하는 불법 사채업체의 성행은 서민들에 대한 불법 채권추심으로 이어져 법정 이율을 초과하는 고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폭력과 협박을 동원한 온갖 불법적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이처럼 서민들에 대한 사금융의 폭리와 불법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법무부는 뒤늦게 이자제한법 부활을 시도했지만 재경부, 금감원의 반대에 부딪쳐 주춤하고 있다.

이자제한법 부활 가로막는 재경부의 ‘궤변’

재경부를 비롯한 금감원, 재계 그리고 일부 보수경제신문들의 반대 논리는 ‘사채시장 음성화론’이다. 즉, 이자제한법 부활로 오히려 애써 양지로 끌어들인 사채시장의 음성화가 가중되고 은행 대출조건 강화로 서민들의 불법사채 이용이 급증한다는 것.

또한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시장거래를 정부가 나서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대부업체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제학.법학자들은 최근 재경부를 중심으로 일부 보수경제신문까지 가세한 반대 기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이뤄지는 시장거래가 대등한 지위에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는 사회가 그 거래양태를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원리에 맞다”며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제를 통해 임금의 상.하한을 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자제한법 반대하는 시장논리가 오히려 시장정의 어긋나”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도 “시장적 정의는 국가가 추구하는 법.제도적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계약 당사자 중 한 쪽이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또 다른 한 쪽은 자신의 전 재산을 줘도 갚지 못하는 계약은 시장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것은 국가가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직무유기한 것”이라며 “하루빨리 이 법이 제정되서 더 이상 경제적 상황에 의해 전 생을 바쳐서 핍박당하는 서민들이 없도록 국가가 보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서민들 돈 구경하기 힘든데 이자율 낮추면 실제 사채시장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재경부 논리인데 한 마디로 고양이 쥐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일단 살인적 고금리를 멈추고 서민들의 금융권 문턱 낮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연40%, 등록대부업 제외’-민노당 ‘연25%, 모든 대부업.금융기관 적용’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이자제한법안은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자 제한에 관한 법률’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자제한법’이 있다.

두 당의 이자제한법은 이자상한을 규정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제한이율이나 적용범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제한이율에 있어서 열린우리당은 시장상황을 감안해서 연40%, 민주노동당은 이자제한법 폐지 이전의 평균 이율인 25%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안은 등록대부업체의 1백만원 이하 소액 대부에 대해서는 연30% 이내로 정해 서민 대출을 용이하게 했다.

가장 큰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적용대상 범위. 열린우리당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등록대부업체와 여신전문업체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대부업법이 정한 연66%의 금리를 보장받게 된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등록 대부업체 역시 연평균 104%의 불법 폭리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모든 등록대부업체와 여신전문업체를 이자제한법에 포함시키고 불법추심과 폭리수취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법안은 오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 병합심의에 들어간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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