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한국국회, 세계서 나홀로 세비 20% 인상"

미국은 2년째 동결, 일본은 8% 삭감...국민들 "뻔뻔한 선량들"

2012-09-05 13: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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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 "선생님 마음이 답답합니다. 국회의원 세비 22퍼센트 기습 인상했다고 하네요.선생님 우리 최저임금 근로자 임금은 2퍼센트 올리는데 여야의원님들 1년내내 시끄러워요."

소설가 이외수씨: "사실이라면 참 불편한 진실이네요."

5일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에는 국회의원들을 비난하는 글들로 넘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세비가 18대와 비교해 서민들의 연봉수준인 2천326만원(20.3％)이나 기습 인상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비 인상은 의원들 빼고는 아무도 몰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도 심심해서 자료 뒤져보니까 나왔는데 19대 국회때 이번이 첫 회인데 국회예산을 보니까 18대 국회 평균보다 예산이 11%가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19대 국회의원의 세비는 18대 때보다 20%가량 올랐다"며 "의원의 생산성도 20% 올라가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 때 대충 하다 보면 분명히 반납하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원들의 적극적 의정을 독려하는 과정에 비로소 외부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밀 유지가 가능했던 것은 세비 인상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하고 국회의장이 결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는 올해 1억3천796만원으로 18대 국회(2008∼2011년) 평균보다 1억1천470만원보다 2천326만원(20.3％)이나 올랐다. 이는 지난해 세비(1억1천969만원)와 비교해도 15.2%가 올린 금액이다.

18대 국회의 세비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공무원 월급 동결에 발맞춰 1억1천304만원으로 동결됐지만, 지난해 1억1969만원으로 665만원(5.9%) 올린 데 이어 올해 또다시 1천827만원이나 기습인상한 것.

국회 관계자는 5일자 <중앙일보>에 세비 기습인상 경위와 관련, “지난해 11월 9일 운영위에서 국회 예산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세비 인상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12월 말 예결위가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끼워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먼저 인상을 제안했고, 2010년 말 당시 새누리 김무성·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수당 규칙을 개정, 입법활동비를 2012년부터 인상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다수가 극심한 경제고통을 받고 있는 시점에 터져나온 20%대 세비 인상 소식에 국민들의 분노는 대폭발하는 양상이다.

한 시민은 트위터에 "월 100만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은 5% 올리고 경제가 망한다고 야단치고, 연 1억2천만원 국회의원 세비는 20% 인상시켰다. 국민은 일꾼을 뽑은 게 아니고 먹이에만 탐욕하는 개돼지를 뽑았다"고 원색적으로 질타했고, 다른 시민은 "특권 내려 놓겠다더니 기습적 세비 인상하는 뻔뻔한 선량들"이라고 가세했다.

한 시민은 "결국 그들만의 리그였다. 경제민주화니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니 국민화합이니 서민경제살리기니... 결국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후원금까지 받고도..."라고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고, 다른 시민은 "국회의원은 반으로 줄이던지 세비를 반으로 하던지 해야지, 일 안하는 국회의원 호의호식하는데 왜 국민들이 등꼴 빠지게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의원들이 세비 기습인상을 백지화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울분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심상찮은 분위기다.

참고로 미국 상하원은 물가 인상률에 맞춰 매년 자동 인상되는 세비를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동결했다. 일본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올해 세비를 8% 자진삭감했다. 일본 집권 민주당은 의원 숫자를 80명가량 줄이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세비를 한 해에 15%이상 올린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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