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용역들 "창자를 도려내겠다"
<현장> 눈물과 분노 넘친 용역업체 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화면이 바뀌면 승용차 한 대가 수십여명의 조합원 퇴근길에 돌진해온다. 조합원 13명이 피를 흘리며 인도에 드러누웠다. 가해자인 사측 경비용역은 살인미수 대신 단순 교통사고로 불구속 처리됐고, 이 직원은 한달 후 다시 현장에 나타나 조합원에게 폭행을 가했다.
10일 국회에서 공개된, 지난해 여름 직장폐쇄때 폭력 용역경비업체 'CJ씨큐리티'의 용역투입으로 수십여명의 조합원이 중상을 입은 유성기업의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다.
용역피해자 증언대회 "무차별한 폭력행위의 일상화"
10일 민주통합당 용역폭력진상조사단이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동영상을 공개하고, 피해사례가 발표될 때마다 현장에는 긴 한숨과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상조사단의 장하나 의원을 비롯해 피해사례를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가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유성기업 사태의 피해자인 홍한기 영동지회장은 "이 땅에 이런 폭력이 일어나지 말아야하는데 버젖이 일어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아무런 잘못 없이 용역에게 맞아야 했고, 동료들이 차에 치여 도로가에 이리저리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가족이 함께한 집회에서도 어린아이를 향해 돌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폭력진압에는 징후가 꼭 있었다. 안보이던 경찰이 반드시 왔다가 잠시 사라지고, 그 사이 용역이 우리를 폭행하면 조금 있다 나타나 용역이 아니라 우리를 제지했다. 동지들 20명이 넘게 다쳤고, 두개골이 함돌돼서 6시간 넘게 생사를 오락가락하고 광대뼈가 함돌돼 뼈들을 일일이 줏어서 봉합하는 장시간 수술을 하기도 했다"며 "언론만 제대로 보도하고 경찰이 방조만 안했어도 SMJ의 폭력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SJM 조합원 "사람이 다쳐 피흘리는데 경찰, 노동부 모두 외면"
지난달 27일 42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며 용역경비업체 '컨텍터스'의 폭력 실태를 세상에 알렸던 SJM 조합원들도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던지지 마, 던지지 마"라는 비명을 외면하고 사람 팔뚝만한 자동차 엔진 부품 '벨로우즈'가 끊임없이 날아왔고, 공장 2층 바닥은 순식간에 조합원이 흘린 피로 흥건했다. 토끼몰이식으로 구석에 몰려 집단구타당하던 조합원들이 용역직원들을 피해 경찰에게 달려갔지만 경찰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겨우 공장을 빠져나온 조합원들이 항의했지만 경찰은 다시 등을 돌리고 침묵했다.
당시 용역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던 SJM의 한 조합원은 "사람들이 계속 다쳐 병원에 가는 상황이 이어졌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빠지려고 하는 순간 좁은 공간으로 부품들을 집중적으로 던지고 밖에서 문을 잠근 후 곤봉으로 집단구타를 했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고용노동부도 전날 왔다갔고, 경찰이 용역깡패들과 악수하는 것도 목격됐다. '정말 한 통속이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과 고용부, 회사 모두 짜고치는 것 아닌가"라고 절규했다.
한국쓰리엠 "컨텍터스를 변호한 민주당 의원..."
마지막으로 한국쓰리엠노조의 증언이 이어졌다. 노조 설립 1년만에 해고와 중징계가 이어지며 현재까지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쓰리엠노조는 SJM보다 2년 앞선 2010년부터 '컨텍터스'의 폭력이 무려 1년동안 이어져온 곳이다. 집요한 폭행과 탈퇴공작으로 670명이었던 조합원은 현재 160명으로 줄었다.
박근서 지회장은 "유성이나 SJM도 마찬가지지만 무차별적인 폭력이 일상화되면서 조합원들이 견뎌내지를 못한다. 용역들 50명이 매일 출근길에서 시비를 걸고 강성조합원은 식당에 가두고 몰래 구타하고, 회사가 벌금 내주지 고발하라고 한다"며 "당시 우리가 고소해서 컨텍터스는 영업취소를 먹었다/ 당시 언론이나 정치권이 관심가져줬다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거"라고 무관심했던 언론과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는 "용역에게 맞고 그런 용역에게 고소당하고, 용역에게 맞고 손배당하고, 용역에게 맞고 해고당하고, 1년이상을 그렇게 당해보라. 조합탈퇴하고 두려움만 남거나 악만 남는다"며 "그런 폭력을 가했던 컨텍터스가 지금도 회사경비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수미, 장하나 민주당 의원에게 "컨텍터스의 폭력사태와 관련해 지금의 민주당 의원이 변론을 했었다 알고 있냐"며 "개나 소나 국회의원을 하면 이 나라가 어찌될 지 모르겠다. 지금도 합의금을 주지 못해서 용역들고 합의보고 있다"고 분개했다. 박 지회장이 언급한 민주당 의원은 광주 고검장 출신의 임내현 의원이다.
"MB정부 들어 노조 말살, 노동 권리 후퇴가 사태의 본질"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 한국쓰리엠, 유성기업 등은 창사 이래 원만한 노사관계가 유지되던 곳이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섭 해태, 파업 유도, 직장폐쇄, 용역업체 투입 등 동일한 노조파괴 로드맵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그 배후를 전문적으로 사측이 원하는 노조파괴 계획을 짜는 전문컨설팅 회사와 용역경비업체,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방조하는 공권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노동쟁의 행위가 격렬하지 않아도 직장폐쇄가 너무 쉽게 이뤄지고, 용역경비업체의 폭력행위가 일상화되고, 경찰이 이를 묵인하고, 노동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법원도 그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 노조를 말살하고 노동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지는 일련의 흐름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질타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의 증언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조사단이 국민 앞에 고발하고,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이뤄내도록 하겠다"며 "노사분규 현장의 깡패용역업체, 반한법적인 이런 업체를 두고 대한민국이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적극적 대응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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