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검증위 "제주해군기지 설계 잘못"
"크루즈선 출입 불가능", 기지공사 강행하던 해군 '충격'
국무총리실 산하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크루즈 입ㆍ출항 기술검증위원회'(위원장 전준수 서강대 교수)는 이날 제주해군기지 기술검증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 요지는 현재 설계대로라면 해군이 약속한 15만t 크루즈 선박의 입ㆍ출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기술검증위는 제주도와 국방부(해군)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설계풍속 ▲횡풍압면적 ▲항로 법선(法線) ▲선박시뮬레이션 4가지 항목을 중점 점검한 결과 4가지 항목 모두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우선 설계풍속과 관련, 해군기지의 항만설계 최대 풍속은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라 초속 14m로 하는 게 적정하나 초속 7.7m로 설계됐다.
횡풍압 면적 역시 설계보고서에 나와있는 8천584.8㎡가 아니라 15만t급 크루즈선이 실제로 받는 횡풍압 면적인 1만3천223.8㎡를 적용해 선박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해군이 선박 시뮬레이션을 할 때 실제로 적용했다고 주장하는 1만2천515.8㎡보다도 압력 수치가 높다.
또한 항만 입구의 항로 굴곡부 중심선의 곡률 반경과 항로 폭이 여객선이 항만에 입ㆍ출항하기에 적정하지 않게 설계됐다. 현재 교각은 77도로 설계됐다.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역시 15만t급 크루즈 여객선이 서방파제를 입ㆍ출항할 때의 운항난이도(기준 1∼7등급)가 각각 7, 6등급으로 최고 난이도에 해당돼 여객선이 자유롭게 입ㆍ출항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위는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했으면서도 정부에 대해선 "현재의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항만 구조물 재배치와 강력한 예인선 배치를 반영해 선박의 통항 안정성과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검증위가 공식적으로 설계 오류를 인정함에 따라 해군이 그동안 줄곧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온 해군기지 설계의 전면 수정과 이에 따른 공사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애초 서귀포시 강정 앞바다에 이지스함을 포함해 해군 함정 20여척이 접안할 수 있는 순수한 해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해군기지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9년 4월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 등 3자가 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현재 설계로는 크루즈 선박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현재 해군이 강행하고 있는 제주기지 건설에는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해군은 국회가 올해 공사예산을 전액 삭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비 등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면서 지역 주민과 야당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은 검증위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잘못된 설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된만큼 모든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온 주민들과 야당, 종교계 등의 대대적 공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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