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미군 "서울,인천,부산,동해안에도 고엽제 뿌렸다"
"살포된 고엽제,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가"
필 스튜어트씨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고엽제 국민대책위가 공동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1960~1970년대 한국에서 복무한 주한미군 300여명의 진술서를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DMZ 이남지역인 서울, 인천, 부산, 동해안 해안가에서 고엽제가 사용ㆍ유통ㆍ저장됐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퇴역 주한미군들의 인적사항과 진술 내용은 미 국회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에 돌아가서 그들과 합의가 되면 미국과 한국 언론에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캠프 이선 알렌이 있던 파주시 파평면 파평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남영(76)씨에게 소아마비가 있던 큰 아들이 18살에 죽었다고 들었다. 이는 제초제에 든 다이옥신 성분 때문일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하우스씨는 "다이옥신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저와 필 스튜어트씨 같은 퇴역군인들의 도움이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파주시 광탄면에 있었던 캠프 피터슨과 캠프 이선 알렌 등 미군기지 터 2곳을 방문해 고엽제 살포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필 스튜어트씨는 이날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하나로마트 주차장에 도착해 1968년 자신이 근무하던 당시의 캠프 피터슨 모습을 설명하고 손으로 가리키며 "기지가 이 정도에 있었는데 하천 양쪽에 위치했었다."라며 "그러나 42년만에 처음 방문해 많은 게 달라져 상세한 지형 파악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구글 어스'에서 내려받아 촬영한 옛 캠프 피터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광탄면 일대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캠프 피터슨 위쪽 산에는 헬리콥터로 고엽제를 뿌렸고 부대 부근 수풀이 우거진 울타리에는 병사들이 직접 고엽제를 살포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또 "고엽제는 부대 수송부에 55갤런(약208ℓ) 용량의 드럼통 200~300개가 있었다."라며 "최소 한달에 한번 꼴로 살포했고 잔류량은 하루에 1~2갤런 또는 10~15kg 정도 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스튜어트씨는 이어 캠프 이선 알렌이 있었던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마산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파평산 앞 논 일대를 가리키며 "이곳이 헬기 착륙장이었다. 이를 만들기 위해 100여통에 달하는 고엽제를 사용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엽제가 모자라면 캠프 피터슨에서 수송해왔다."라며 "캠프 이선 알렌 주변과 경계 담을 따라 흐르는 하천에서 고엽제를 뿌릴 때 사용한 장비를 씻었다."라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고엽제가 들어 있던 드럼통의 배출구 고무 부분이나 장화 바닥이 껌처럼 흐물거렸다."라며 "살포된 고엽제는 반고지 마을과 인근 미군 부대를 통과해 임진강으로 흘러들어 갔다."라고 주장했다.
스튜어트 씨는 또 "(중대장인 내게도) 미 육군은 제초제가 안전하고, 마실 수 있고, 양치질할 수 있고, 목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군과 한국군, 지역 주민들에게 모두 거짓말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예정됐던 동두천 캠프 케이시 주변 걷기대회와 2차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스튜어트씨와 하우스씨는 민주노동당 평화도보순례단과 함께 '걷기대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평화도보순례단이 주장하는 '주한 미군 규탄'이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함께 걷기를 거부한 채 동두천 보산역~캠프 케이시 정문까지 따로 걸은 뒤 해산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현장 방문에는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 촉구 국민대책회의(이하 고엽제 대책회의)' 이광실 대표, 민노당 홍희덕 국회의원 등 10여명이 함께 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