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발암물질이 한국 농수로로 흘러가"
부평 미군기지서 발암물질 94배, 군산기지는 13배 검출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지난 1997년 12월 미 공군대학에 제출된 321쪽 분량의 석사학위 논문을 발굴했다. <주한미군기지의 유해폐기물지역 복구문제 연구>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미 공군에 근무했던 에드윈 오시바 대위가 작성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미 극동공병단이 1992년 캠프마켓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한 결과 발암물질인 TPH가 최대 47.1g/㎏ 검출됐다. 이는 토양의 4.7%가 기름이나 그리스라는 충격적 의미로, 환경부 TPH 기준치의 최소 24배에서 최대 94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또한 납, 카드뮴 등도 기준치를 명백히 초과했다.
또한 중금속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자동차 배터리 등이 무단으로 캠프마켓 안에 매립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배터리 무단 매립 의심지역은 기지내 폐차장 인근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와 함께 미군이 1997년 군산 미군기지의 지하수 오염상태를 조사한 결과 벤조필렌으로도 불리는 발암물질, PAH가 기준치의 각각 7배와 13배를 초과해 검출됐다.
유류탱크가 묻혀있는 기지 북쪽에서는 지하탱크가 넘치면서 발암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으로 지하수가 오염됐다고 적혀 있다. 또한 발암물질이 용해되면서 원래 장소에서 기지밖 쌀농사를 짓는 농수로로 서서히 흘러갔다고 기록돼 있다.
1996년 조사를 실시한 오산기지에 대해서는 식수용 우물을 조사한 결과 미군에게 마시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적혀 있다.
또 86년 4월5일에 4만 배럴의 연료탱크가 폭발해 항공유 50에서 70만 배럴, 약 1억1천만리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 유출됐다는 미공개 사실도 기록돼 있다. 이 사고로 상당량의 항공유가 인근에 있는 '진위천'으로 흘러들었고 흙으로 스며든 양은 가늠된 것도, 기록된 것도 없었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고엽제를 매립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은 오염 상태가 심각해 7개 관정이 폐쇄됐으며, 특히 기지 경계지역에서 오염도가 높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고엽제를 묻었다는 주한미군들도 울타리를 따라 구덩이를 파고 고엽제를 매립했다고 증언했다.
캠프 캐럴의 오염도 조사는 1992년에는 우드워드 컨설던트가, 1995년에는 미 극동공병단이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미군들도 캠프 캐럴 오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오시바 대위의 논문에는 의정부와 춘천, 동두천, 평택 등 다른 지역 미군부대에서 제기된 미군의 환경법 위반 내용도 별도로 기록하고 있어 미군기지 오염이 전국적 규모로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평미군기지시민대책위는 이와 관련, 12일 "주한미군은 즉각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환경 범죄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함께 민·관 전문가들의 참여가 보장된 실질적인 환경조사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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