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반란파 "준비 끝났다, 내일부터 시작"
<현장> 긴급 릴레이 인터뷰 "이번이 네번째 쇄신. 국민이 믿을까?"
민본21, 28일 긴급회동 갖고 당 지도부 퇴진 공식 요구
27일 밤 본지와의 통화에 응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상반란의 선두는 '민본21'이 될 전망이다.
주광덕 의원은 "민본 21 소속 의원들 중에 그 누구도 분당을 이긴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당 지도부에 대해 그렇게 총력전을 하면 안된다고 얘기했는데도 분당에다 그렇게 물량공세를 하다니 정말 참담하다"고 당 지도부를 질타했다. 주 의원은 "김태호 후보는 그나마 험악한 민심을 읽고 조용하면서도 몸을 낮춘 '나홀로 선거'로 가까스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지 않았나?"라며 "도대체 당 지도부가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로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김성태 의원은 "당 지도부 뿐 아니라 그동안 일방적으로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우선시했던 청와대 등 당정청 전반적의 대쇄신이 불가피하다"며 "당은 이미 제대로 된 지도부의 지휘가 불가능하게 됐다. 어차피 당이 제대로 정부를 견제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나왔으니 겸허히 받아들이고 쇄신해야한다"고 안상수 대표 조기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김성식 의원은 "지금은 말이 앞 설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소장파는 내일부터 소장파가 해야 할 일들을 진행해 나갈 테니 지켜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일단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 내일 두고 보면 안다"고 말했다.
민본21 의원들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내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연기, 안상수 퇴진,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국정 대쇄신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분노 "MB, 제발 정신차려야"
일부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한나라당, 더럽게 못한 것 맞다. 반성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당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억울하다. 민심을 봐라. MB 욕이 난무한다. 그 결과가 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선거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제발 MB가 정신 차려야 한다. 제발"이라고 절규하다시피 했다.
김용태 의원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물가고, 전세고 등 고통을 우리는 머리로만 안다고 이해한다고 했을 뿐, 그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이번 선거가 보여줬다"며 "정부는 그럼에도 이제까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며 우왕좌왕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삼성이 아무리 잘나간들, 대한민국이 아무리 잘나간들, 그 안에 살고있는 우리 서민들이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면 이유불문하고 그건 우리들의 책임"이라며 "더 절망적인 것은 지금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하지 않고있다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진복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슨 잘못이겠나?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개탄했다.
현기환 의원도 "국민들이 MB 정부에 도덕성을 기대해서 찍었나? 경제살리기를 원해 뽑았다"며 "그런데 MB 정부가 금융위기를 지금까지 여러가지 무리수를 두어 극복했다고 하는데, 지금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그리고 이번 분당선거 결과에 나왔듯이 상류층 마저도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 의원은 "정말 철학이 없는 정부 아닌가? 거기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나타난 것이고, 그들만의 정부와 그들만의 정권, 거기에 대해 국민들이 '너희들은 아니다' 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이번이 쇄신만 4번째... 국민은 쇄신파를 믿어줄까?"
이런 가운데 내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재보선 전까지만 해도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계 안경률 의원이 유력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얘기다.
정태근 의원은 "한나라당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따라서 원내대표 선거도 연기해야 한다"며 "선거에 나온 민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도부 교체를 포함한 한나라당의 전면적인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기환 의원 역시 "원내대표 경선은 100% 연기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박민식 의원은 "선거결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느끼고 있는 인식과 일반 민심 사이의 거리가 확인됐다"며 "인식의 지평이 달라진 것이다. 인식의 지평이 달라졌는데 원내대표 경선을 강행할 수 있나? 원내대표든 당 대표 경선이든 이제까지 생각해 온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인식의 대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재오 책임론'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선거 앞두고 공천에서 정운찬이 되니 안되니 그러다가, 선거에 접어드니 친이계들 모아놓고 원내대표 경선 운동이나 하고, 장관실 직원들이 김해 내려가서 수첩이나 적발당하고... 도대체 이게 뭣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이재오 장관은 한나라당에 그야말로 백해무익"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또다른 의원은 "소장파들은 한쪽으로는 이상득 의원을,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재오 장관을 동시 겨냥할 것"이라며 "특히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장관이 밀고있는 안경률 의원이 당선될지 여부가 앞으로 험난한 여권 내 힘겨루기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당내 선상반란은 이미 시작됐으나 과연 반란이 성공해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나라당에서 쇄신만 3번을 했고, 이번이 4번째다. 국민이 이명박 정부 못지 않게 소위 쇄신파들의 진정성을 믿어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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