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긴급조치 1호에 이어 4호도 위헌"
"유신체제 저항 탄압하려는 목적 분명해 위헌"
서울고법 형사11부(강형주 부장판사)는 11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추영현(81) 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나 관련 단체에 가입하거나 이들의 활동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금하고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해 비상군법회의에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을 탄압하려는 목적이 분명해 긴급조치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또 "발령 당시의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유신헌법 53조가 규정하는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에 어긋나 위헌이며 현행 헌법에 비춰보더라도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앞선 대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긴급조치 1호도 위헌이라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추씨에게 적용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밖에 반공법 위반 혐의 역시 `우연히 청취한 북한 방송을 인용하거나 일본 신문 등에서 접한 내용을 전달한 정도일 뿐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작년 12월 대법원은 "긴급조치 1호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이 아니어서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심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고 처음으로 판결했다.
이날 판결은 긴급조치 1호에 이어 4호 역시 위헌임을 확인한 것으로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은 피고인의 명예회복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김선수)은 "유신헌법은 전국민적 항쟁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긴급조치 4호에 법원이 위헌 무효 판결을 하고 용서를 구해 그 위헌성을 재확인했다"며 "다른 긴급조치 위반 재심 사건의 판결도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추씨는 `북한의 예산은 45억 달러인데 한국은 19억 달러니 한국은 북한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세금이 없는 나라는 북한 뿐이다'고 말하는 등 반국가 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ㆍ고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975년 3월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이 확정됐다.
그는 이 사건으로 약 4년3개월을 복역하고 풀려났으며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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