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정치쇼' 오픈 프라이머리
[김행의 '여론 속으로']<13> 열린-한나라 모두에게 '양날의 칼'
오픈 프라이머리가 차기 대선의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다. “100% 민의를 반영한 국민후보를 뽑는 재미있는 선거제도”라는 식으로 분칠된 채로. 해석부터 잘못되었다.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는 ‘완전국민경선제’가 아닌 ‘개방형 예비선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처럼 직선이 아닌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만 실시하는 제도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 제도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매달릴 수밖에 없다. 불임정당이어서다. 이미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 방식을 고리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고 전 총리는 “진일보한 제도개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당 내부인사의 기득권 여부가 관건”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고 한다. 세 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여당 내 기반이 없는 그로서는 여당주도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선뜻 뛰어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하튼 여당 입장에선 탐나는 후보에게 말은 건네 볼 처지는 됐다. 그러나 고육지책으로 빼내 든 제도는 오히려 여당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우선 당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말이 좋아 ‘외부선장론’이다. 당선자가 열린우리당의 창당이념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인물이라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지난 4년간 내세웠던 ‘개혁의 깃발’은 어디다 내팽겨 칠 것인가. 이럴 것이면 왜 죽어라 하고 민주당과 분당했는가?
두 번째는 ‘흥행’이라는 유혹 안에 들어있는 독이다. 현 여당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다. 만약 극적 드라마가 성공해 지난 대선에서의 노무현 같은 기적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여론조사를 가미하는 방식만으론 약하다. 아예 길거리로 나서서 아무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한판 쇼를 벌이자는 발상이다. 심지어 핸드폰 투표나 인터넷 투표까지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김근태 의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선거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속내는 그만큼 위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엄청나게 돈이 든다. 선거운동 대상이 당원에서 일반국민으로 대폭 확대되고 동시에 선거를 관리할 인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돈 안드는 선거’를 표방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했던 열린우리당이 거꾸로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늘려 잡아야 하는 곤혹스런 처지가 된 것이다.
선거비용의 상한선을 올려 잡으려면 선거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 정착’을 최대의 치적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는 여당이 자기 후보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선거비용의 상한선을 끌어올리도록 선거법 개정을 주장해야 하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두말 할 것 없는 개혁의 후퇴다.
더욱이 ‘깨끗한 선거’를 위해 선거운동을 실내로 한정시켰던 규정마저 스스로 깨뜨려야 한다. 길거리 투표를 위해서는 이른바 옥외 선거운동이 허용돼야 한다. 또한 핸드폰, 인터넷 투표를 하게 되면 막말로 핸드폰이나 컴퓨터 앞에 사람이 앉아 있는지 강아지가 앉아 있는 지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자칫 공정한 투표의 출발은 ‘투표자 본인 확인’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 투표 원칙마저 깨뜨리게 된다.
이를 알면서도 여당이 강행하겠다는 속내는 무엇인가. ‘불임정당’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어서다. 과거의 대선에서 유력 후보를 굳히는 수단이 정계개편이었다면 이번 대선은 그 가능성이 무망한 상황에서 후보를 띄우는 유일한 흥행수단이 바로 ‘완전국민경선제’로 포장된 ‘개방형 예비선거’이기 때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위험한 ‘정치 쇼’다.
그런데 더 웃기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실제로 현재의 한나라당 경선은 ‘오픈 프라이머리’ 요소가 적절히 배합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사실상 당내 여론 50%에 일반국민 여론 50%를 가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대도 대권 주자 빅 3의 행보도 제 각각이다. 가장 긍정적인 쪽은 당내기반이 약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쪽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부정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역투표’를 염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이 2백만명을 상대로 후보를 뽑고, 한나라당은 1만5천명이 체육관에 모여 뽑으면 ‘체육관 후보’라며” 스스로 당 후보의 지위를 격하시켜 버렸다. 남경필 의원도 정기국회가 끝난 후 “문을 열어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강재섭 당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연구하라는 지시를 여의도 연구소에 내렸고, 과거처럼 재미없는 방법으로 경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오픈프라이머리=국민후보=재미있는 방식’이라는 도식이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먹혀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임태희 의원처럼 “명분만 갖고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금권선거를 우려하는 측들도 있다.
여하튼 한나라당은 이미 여당의 ‘바람몰이’에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력주자를 셋이나 갖고 있으면서. 대선게임에 있어서만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한 수 위인가. 그래서 선거는 끝까지 가 봐야 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래서 ‘양날을 가진 칼’이다. 양 당이 모두 칼날을 손에 쥔 채로 위험한 게임에 빠져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 제도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매달릴 수밖에 없다. 불임정당이어서다. 이미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 방식을 고리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고 전 총리는 “진일보한 제도개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당 내부인사의 기득권 여부가 관건”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고 한다. 세 불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여당 내 기반이 없는 그로서는 여당주도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선뜻 뛰어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하튼 여당 입장에선 탐나는 후보에게 말은 건네 볼 처지는 됐다. 그러나 고육지책으로 빼내 든 제도는 오히려 여당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우선 당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말이 좋아 ‘외부선장론’이다. 당선자가 열린우리당의 창당이념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인물이라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지난 4년간 내세웠던 ‘개혁의 깃발’은 어디다 내팽겨 칠 것인가. 이럴 것이면 왜 죽어라 하고 민주당과 분당했는가?
두 번째는 ‘흥행’이라는 유혹 안에 들어있는 독이다. 현 여당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다. 만약 극적 드라마가 성공해 지난 대선에서의 노무현 같은 기적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여론조사를 가미하는 방식만으론 약하다. 아예 길거리로 나서서 아무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한판 쇼를 벌이자는 발상이다. 심지어 핸드폰 투표나 인터넷 투표까지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김근태 의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선거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속내는 그만큼 위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엄청나게 돈이 든다. 선거운동 대상이 당원에서 일반국민으로 대폭 확대되고 동시에 선거를 관리할 인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돈 안드는 선거’를 표방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했던 열린우리당이 거꾸로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늘려 잡아야 하는 곤혹스런 처지가 된 것이다.
선거비용의 상한선을 올려 잡으려면 선거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 정착’을 최대의 치적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는 여당이 자기 후보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선거비용의 상한선을 끌어올리도록 선거법 개정을 주장해야 하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두말 할 것 없는 개혁의 후퇴다.
더욱이 ‘깨끗한 선거’를 위해 선거운동을 실내로 한정시켰던 규정마저 스스로 깨뜨려야 한다. 길거리 투표를 위해서는 이른바 옥외 선거운동이 허용돼야 한다. 또한 핸드폰, 인터넷 투표를 하게 되면 막말로 핸드폰이나 컴퓨터 앞에 사람이 앉아 있는지 강아지가 앉아 있는 지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자칫 공정한 투표의 출발은 ‘투표자 본인 확인’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 투표 원칙마저 깨뜨리게 된다.
이를 알면서도 여당이 강행하겠다는 속내는 무엇인가. ‘불임정당’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어서다. 과거의 대선에서 유력 후보를 굳히는 수단이 정계개편이었다면 이번 대선은 그 가능성이 무망한 상황에서 후보를 띄우는 유일한 흥행수단이 바로 ‘완전국민경선제’로 포장된 ‘개방형 예비선거’이기 때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위험한 ‘정치 쇼’다.
그런데 더 웃기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실제로 현재의 한나라당 경선은 ‘오픈 프라이머리’ 요소가 적절히 배합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사실상 당내 여론 50%에 일반국민 여론 50%를 가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대도 대권 주자 빅 3의 행보도 제 각각이다. 가장 긍정적인 쪽은 당내기반이 약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쪽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부정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역투표’를 염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이 2백만명을 상대로 후보를 뽑고, 한나라당은 1만5천명이 체육관에 모여 뽑으면 ‘체육관 후보’라며” 스스로 당 후보의 지위를 격하시켜 버렸다. 남경필 의원도 정기국회가 끝난 후 “문을 열어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강재섭 당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연구하라는 지시를 여의도 연구소에 내렸고, 과거처럼 재미없는 방법으로 경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오픈프라이머리=국민후보=재미있는 방식’이라는 도식이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먹혀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임태희 의원처럼 “명분만 갖고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금권선거를 우려하는 측들도 있다.
여하튼 한나라당은 이미 여당의 ‘바람몰이’에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력주자를 셋이나 갖고 있으면서. 대선게임에 있어서만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한 수 위인가. 그래서 선거는 끝까지 가 봐야 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래서 ‘양날을 가진 칼’이다. 양 당이 모두 칼날을 손에 쥔 채로 위험한 게임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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