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역내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로 존속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유로국의 '질서있는 파산'도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역내 재정 파탄국의 채무 불이행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다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26일 분석했다.

독일 주간 디 자이트의 요제프 요페 발행인은 "그리스의 궁극적인 채무 불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따라서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가 은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디폴트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질서있는 파산이란 그리스를 유로권에서 쫓아내지 않고 상황을 처리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질서있는 파산이란 표현을 최근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면서 이것이 '유럽통화기금'(EMF) 구상을 낸 도이체방크의 토마스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연초 처음 언급했음을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유로권을 주도해온 독일이 그리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 및 이탈리아 등까지 확산되고 있는 재정 위기와 관련해 '플랜 B'로 질서있는 파산 허용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 오너인 빌 그로스는 26일 블룸버그-TV 회견에서 "그리스가 채무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성장은 너무 높은 반면 지금 이행하려는 재정 감축도 너무 강력하다"면서 따라서 "달리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1-2년 후 채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미 컬럼비아대의 로버트 먼델 교수도 이날 바르샤바 포럼에 참석해 "5년 안에 1-2개 유로국의 채무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유로권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걸프 지역 순방길에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메르켈은 26일 "독일이 (역내) 최대 수출국으로 그간 유로에 많은 혜택을 입었다"면서 따라서 "분명히 말하건대 독일이 유로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권이 협력해 경제를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그것이 독일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야만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