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교수 "나도 머지않아 종이신문 끊을 것 같아"
"MB정권 출범후 정권에 불편한 사실은 아예 뉴스로 안 다뤄"
이상돈 교수는 26일자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나는 아직은 신문을 집에서 구독한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를 보고 있으니 종이 신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빠르고 신속하게 뉴스를 전한다고 해도 종이 신문이 갖고 있는 나름대로의 매력과 종이 신문을 봐왔던 습관 때문에 적어도 내 생애에는 종이 신문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10여 년 전과 달리 집에서 신문을 보지 않는 가구가 부쩍 늘었음은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잘 알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재활용품 종이를 버리는 곳에는 신문 뭉치 대신 택배 박스 등 포장지만 수북할 뿐"이라며 "대학에서는 이제 신문을 보는 학생을 보기가 어렵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에 걸쳐 대학생들은 한겨레신문을 많이 봤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캠퍼스에선 신문 가판대가 사라져버렸다. 자연히 대학의 쓰레기통에도 신문지가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캠퍼스 내에 컴퓨터실을 설치하고 무선 인터넷을 보급한 것도 종이 신문을 퇴출시키는 데 기여했다"며 "인터넷이 없었던 시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 대학생에게 종이 신문이란 ‘낯선 존재’가 되어 버렸다. 종이 신문이란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 있는 저무는 세대에나 어울리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내가 종이 신문을 그만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신문마다 전하는 뉴스 자체가 너무나 달라서 ‘신문’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정권에 불편한 사실은 그것이 아무리 큰 문제라고 하더라도 아예 뉴스로서 다루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4대강’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 이른바 보수신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4대강’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4대강’이 지방선거의 최대 안건이 되어도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뒤늦게 정부측과 반대측의 주장을 다 들어 본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현상은 편집방향 등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기가 어려운 것이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신문 자체의 권위가 회복할 수 없게 훼손되지 않았나 한다"고 보수신문들을 질타했다.
그는 "신문 산업이 어려움에 처하기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신문의 왕국이던 미국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오래된 신문이 아예 문을 닫거나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미국에선 종이 신문이 사라질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특종보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꼽는다.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특종 탐사보도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드러지 리포트’라는 작은 인터넷 신문이 처음 터뜨렸고, 뉴욕타임스 등 거대한 종이 신문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경종을 올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상황을 전했다.
그는 "기자들의 연봉이 높다는 우리나라 종이 신문들이 ‘4대강’을 묵살하고 있는 사이 한 인터넷 신문은 남한강 공사현장을 공중촬영사진을 생생하게 실었다. 어떻게 비싼 돈을 들여 항공기를 빌려서 그런 사진을 찍었나 하고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시민단체 행동가가 모는 행글라이더에 인터넷 신문기자가 동승해서 촬영을 했다는 것이다. 종이 신문 같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을 한 것"이라며 "이런 사진도 오직 인터넷 신문에서나 볼 수 있으니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종이 신문을 구태여 돈 주고 볼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