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경성적표, '세계 94위'로 곤두박질
2년새 43계단 추락, 정부 "그러니 4대강 사업 빨리해야"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환경법·정책센터 및 컬럼비아대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는 공동으로 오는 28일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각국의 환경성과지수(EPI)를 발표할 예정이다. EPI는 국가별 환경수준을 계량화해 평가한 환경분야 종합지표로서 2년마다 발표되고 있으며, 이번에는 10개 분야 25개 항목을 비교분석해 성적표를 냈다.
충격적인 것은 조사대상 16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순위가 2년전 발표 때보다 무려 43계단이나 추락, 94위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점수도 100점 만점에 57점에 그쳤다.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이는 중국(121위)과 인도(134위)를 제외하고는 주요국 중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에 모든 전력을 수력 및 지열 에너지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조달하는 아이슬랜드(1)가 10계단이나 올라서면서 영광의 1위를 차지했고, 스위스(2), 스웨덴(4), 노르웨이(5) 등 유럽 국가들과 코스타리카(3), 몰타(11) 등 자연생태 우수 국가들이 상위권으로 평가됐다. 반면에 시에라리온(163), 중앙아프리카공화국(162), 앙골라(160), 토고(159), 북한(147) 등 저개발 국가들은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 순위가 이처럼 폭락한 원인은, 가중치(25%)가 큰 ‘기후변화’ 항목에서 66단계이나 하락(81→147위)했기 때문. 세부적으로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103→118위), 발전부문 온실가스집약도(68→78위), 산업부문 온실가스집약도(98→146위) 모두 최악의 낙제점을 받았다.
또한 이산화질소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오염도, 산림면적 등 새롭게 추가된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밑바닥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기존 평가항목 중에서도 인용자료의 출처가 변경된 항목(물위생, 농업용수집약도)에서 낮은 순위를 받았다.
이번 조사를 관장한 예일대 환경법정책 센터 책임자인 대니얼 에스티는 "환경을 정책적 과제로 심각하게 고려한 국가들은 향상된 결과를 보였고,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악화됐다"며 가장 순위가 크게 떨어진 한국 등을 우회적으로 질타했다.
이번 조사는 형평성 있는 비교분석을 위해 2000~2006년 자료에 기초해 실시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후 특별히 환경이 악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종전보다 광범위하고 정밀한 비교분석을 한 결과, 우리나라 환경 수준이 중진국은커녕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충격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의 대응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녹색성장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2030년까지 EPI 순위를 세계 10위 이내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었다.
환경부는 이같은 자료를 미리 발표하며 "금번 EPI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물위생, 수질·수량, 농업용수 부족 등에 대한 대비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다수 국민과 환경단체들이 강력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사업 강행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했다.
이밖에 "범국가적 과제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서둘러 강력히 추진해야 하며, 특히 산업·발전 부분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SO2, NOx 등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대책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환경전문가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이 과연 한국의 환경성적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아니면 정반대 결과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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