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물 고이면 수질 나빠지는 것, 상식 아닌가"
[4대강 국민소송 속보] 이상돈 "4대강 소송은 상식없는 자들과의 싸움"
심리를 참관한 이 교수에 따르면, 재판을 맡고 있는 부산지방법원 행정부 재판장은 이날 심리에서 “물이 고이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라고 정부 변호인단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정부측 변호사는 “댐에는 맑은 물이 고인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글에서 "정부측 변호사 답변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며 " 댐은 대개 상류 지역에 있어서 맑은 물이 흘러 들어오지만 그래도 수질이 문제임은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여름이면 대청호는 녹조가 큰 문제이고, 소양호도 수질이 나빠져서 정부는 소양강 최상류 지역인 강원도 양구 해안분지의 농지를 매수하고 있으며, 임하댐 물의 탁도(濁度) 또한 큰 문제임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며 "이번 소송이 당초부터 ‘상식이 없는 자들과의 싸움’임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정부측을 질타했다.
한편 이 교수는 향후 국민소송 전망과 관련, "내가 우려하는 바는, 4대강 사건이 혹시 ‘로스쿨 인가’ 사건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로스쿨 인가때 인가를 신청한 대학의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심지어 몇몇은 자기 대학의 심사에도 참여해 물의를 빚었으나 결국 법원이 '이미 로스쿨 인가가 끝나고 입학생을 받아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익적 관점에서 인가를 실제로 취소할 수는 없다'는 ‘사정판결’을 내렸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의 판결이 통용된다면, 4대강 사업이 ‘완공(?)’되어 가는 시점에 “여러 가지 불법이 있지만 공사가 완공되어가기 때문에 취소하지는 않겠다”는 기막힌 궤변이 나올 수 있다"며 "만일에 그런 판결이 나온다면 그것은 ‘사법참사(judicial catastrophe)'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재판부의 양식을 믿고 있다"며 "‘살아서 움직이는 대재앙’인 4대강 사업이 서울대 로스쿨과 같다고 생각할 판사는 없을 것이다. 정연주 씨 파면과 로스쿨 인가에서의 위법성을 ‘하나’라고 본다면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은 적어도 ‘천 개’는 될 것이니 그것을 외면할 재판부도 없을 것"이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4대강 소송 법정 소식 (2)
- 낙동강 소송 1차 심리 -
지난 1월 15일 금요일 11시에 부산지방법원 행정부에서 낙동강 소송 첫 공판이 열렸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첫 공판에서 재판장은 양측의 대리인에게 쟁점을 일일이 물어보고 답변하도록 했다. 서울 행정법원이 양측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도록 한 것과는 비교되었다. 서울 행정법원의 재판장이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가처분 신청)은 주요 쟁점이 ‘회복할 수 없는 긴급한 피해’의 입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 비해, 부산지법의 재판장은 전반적인 법적 쟁점을 보다 중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정부측 변호사들의 주장은 전과 다름없었다. 원고들이 공사로 입는 피해가 없어서 원고 자격이 없으며, 수자원장기계획이나 유역치수계획은 권고적인 것이라서 그것에 근거 없이도 하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며,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을 하고 안 하는 것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량이라는 것이다. 정부측 변호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정부는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이다. 우리 측의 박서진, 이정일, 정남순 변호사는 긴급한 피해가 우려되고, 하천법상의 계획절차와 예비타당성 조사 생략은 불법이며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재판장이 “물이 고이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고 묻자, 정부측 변호사는 “댐에는 맑은 물이 고인다”고 답변해서 나는 속으로 웃었다. 댐은 대개 상류 지역에 있어서 맑은 물이 흘러 들어오지만 그래도 수질이 문제임은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여름이면 대청호는 녹조가 큰 문제이고, 소양호도 수질이 나빠져서 정부는 소양강 최상류 지역인 강원도 양구 해안분지(한국전쟁 격전지로 ‘펀치볼’이라고도 불린다)의 농지를 매수하고 있으며, 임하댐 물의 탁도(濁度) 또한 큰 문제임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이번 소송이 당초부터 ‘상식이 없는 자들과의 싸움’임을 잘 보여준 것이다. 세상이 제일 한심한 일이, 말이 안 통하는 자들과 논쟁하는 것이 아니던가.
로스쿨 판결이 주는 교훈
요즘 몇몇 재판이 화제(또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용산 참사의 경찰기록을 공개한 판사,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바는, 4대강 사건이 혹시 ‘로스쿨 인가’ 사건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시에 인가를 신청한 대학의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심지어 몇몇은 자기 대학의 심사에도 참여했던 것이다. “자신의 일을 자신이 심판할 수 없다”는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법원은 이렇게 심사를 해서 로스쿨 인가를 한 행정처분이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로스쿨 인가가 끝나고 입학생을 받아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익적 관점에서 인가를 실제로 취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런 것을 ‘사정판결’이라고 부르는데, 행정소송에 특유한 제도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판결이 부당하고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사는 심사위원회 구성이 가장 중요한데, 거기에 문제가 있으면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일단 학생모집을 중지시켜 놓고(즉,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심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소송 시작한 후 2년이 지나서, 그리고 로스쿨이 개원한지 1년이 지나서 비로소 ‘불법이지만 사실상 합법’이라고 판결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이런 식의 판결이 통용된다면, 4대강 사업이 ‘완공(?)’되어 가는 시점에 “여러 가지 불법이 있지만 공사가 완공되어가기 때문에 취소하지는 않겠다”는 기막힌 궤변이 나올 수 있다. 만일에 그런 판결이 나온다면 그것은 ‘사법참사’(‘judicial catastrophe’)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재판부의 양식을 믿고 있다. 로스쿨 사건에서 재판부는 비록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서울대는 어차피 로스쿨 인가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은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대재앙’인 4대강 사업이 서울대 로스쿨과 같다고 생각할 판사는 없을 것이다. 정연주 씨 파면과 로스쿨 인가에서의 위법성을 ‘하나’라고 본다면 4대상 사업의 위법성은 적어도 ‘천 개’는 될 것이니 그것을 외면할 재판부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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