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盧전대통령 서거에 맘속에 검은리본 달고 뛰었다"
"무엇이 그분을 떠나게 했을까요"
7일 <일요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에 <추추트레인 ML일기>라는 글을 연재중인 추신수 선수는 이날자 글 <맘속으로 검은 리본 달고 뛰었습니다>를 통해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원정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면서, 집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 뉴스로 나온다고 전했습니다"라며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까 아내의 말이 사실이더군요"이라며 노 전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고 받은 큰 충격을 밝혔다.
추 선수는 이어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알고 있었어요.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점도, 가족들이 모두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직 대통령의 신분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라며 "무엇이 그 분을 떠나게 했을까요? 그 어떤 것이 그 분을 숨 쉬게 하지 못했을까요? 그날 밤 전 복잡한 심경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날 클리블랜드 구단관계자를 찾아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 어떤 형태로든 제 마음의 슬픔과 조의를 표하고자 유니폼에 검은색 리본을 달겠다고 말했더니 구단 측에선 메이저리그 규약을 거론하며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라며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비통함에 잠겨있는데 혼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경기에 출장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라며 경기때 조문 리본을 달려고 했었음을 밝혔다.
그는 "저는 노 전 대통령과 어떤 인연도 없습니다. 그저 그 분의 소탈한 성격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함, 그리고 국민들, 특히 가진 게 별로 없는 농촌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은 저절로 그 분에 대한 존경심이 들게 했습니다"라며 "세상엔 그 분이 받았다는 '그 돈'보다 더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나쁜 짓을 하고서도 두 다리 쭉 뻗고 잘 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전에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가족, 친척들이 모두 검찰에 불려갔어도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갑니다. 왜 노 전 대통령은 그걸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늘 방송을 보니까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경복궁과 시청앞 광장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여 있더라고요. 자발적으로 노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유족들의 눈물을 보면서 마음 한 곳이 아려왔습니다"라며 "경찰차가 시청앞 광장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에선 지금이 2009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의 한 방송사에서 진기하게 둘러싸고 있는 시청 앞 경찰차들을 보여주는데 어찌나 낯 뜨겁고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라며 경찰의 과잉대응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클리블랜드에는 4일 연속 비가 내렸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한국의 '그 분'을 떠올렸습니다"라며 "편히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의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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