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 "G20이 역사적 전환점? 몰락 전환점 될 것"
"앞으로 도래할 것은 빚, 실업, 인플레이션"
'독일, 슈퍼스타의 몰락', '부(富)의 전쟁' 등의 저자인 가보르 슈타인가르트 슈피겔지 워싱턴 지국장은 칼럼을 통해 전날 런던에서 열린 G20 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상들이 '역사적 합의', '전환점'이라고 자화자찬했고 그들의 등 뒤에는 '안정, 성장, 고용'이라는 이 회의의 모토가 큼지막하게 쓰여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이번 합의를 통해 예고한 것은 '빚, 실업, 인플레이션'이었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은 흥분을 가라앉힌 뒤 이번 회의의 결과물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각국 정상들은 쉬운 길을 택했다"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말까지 5조달러를 쏟아붓겠다는 약속은 "실제로는 역사적 전환점이 아니라 몰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위기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더 큰 다음 위기를 위한 토대"를 쌓았다는 것이 슈피겔의 분석이다.
슈피겔은 이번 위기의 원인을 추적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국가의 실패'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금융시장의 탐욕가들인 월가의 은행들은 (위기를 초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 매니저들은 단기 투기자금을 전국으로 배분하는 딜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백악관의 아편 재배업자(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지칭)는 자신의 재임기간에 재배면적을 엄청나게 늘렸고 그의 농장에서 수확한 주요 작물은 전세계로 퍼져나간 값싼 달러였다"면서 "이것이 은행의 자산을 부풀렸고 거품성장을 초래했으며 미국 부동산시장의 투기화를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금융시장의 투명성 결여는 아편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데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슈피겔은 "현대에도 기업들이 스스로 할 수 없는 두가지가 있다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돈을 찍어내는 것"이라면서 부시 전 대통령은 9.11 테러에 대한 대응조치로 이 두가지를 모두 추진했다고 회고했다.
최근들어 많은 언론들이 부시의 첫번째 실수, 즉 이라크 침공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전세계를 값싼 화폐의 홍수 속에 빠뜨린 두번째 잘못은 거의 인지하지 않고 있다"고 슈피겔은 꼬집었다.
슈피겔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부시만큼 많은 돈을 찍어내 유통시키지 않았다"면서 "자체에 위험이 내재된 새 돈은 재화.용역 형태의 실물가치로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초기에는 세계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이 됐을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성장률은 허구였고 미국은 환각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어쩌면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같다. 그들은 무차별적인 달러 발행을 전세계에 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미국은 2006년 이후 통화공급량에 관한 통계를 더이상 발표하지 않고 있고 이제는 이 통계가 거의 '미국의 국가기밀'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추산을 통해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였던 달러화의 내부적 붕괴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이 통계가 비밀로 다뤄지기 시작한 이후 달러화의 팽창 속도는 무려 3배나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유로화의 공급량은 5% 늘어난 데 비해 달러화는 17%나 급증했다.
슈피겔은 "미국의 정권 교체 후에도 오히려 방종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고 국가 부채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 예산의 3분의1은 세수로 보전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뒤 "미국에서 유일하게 100%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재무부 조폐국"이라고 꼬집었다.
슈피겔은 "런던 회의에서도 정상들이 거의 모든 것을 얘기했지만 이 문제만은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 위기를 초래한 바로 그 '기재'로 다시 그 위기에 맞서는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값싼 달러의 재배면적은 다시 확대됐고 이번에는 국가가 아예 딜러로 나섰다.
슈피겔은 "우리는 진정으로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고 이런 점에서 (경기부양에 소극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옳다"면서 "서방은 틀림없이 치명적인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