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 고려대)가 29일(한국시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의 벽인 200점을 크게 뛰어넘은 207. 71점으로 첫우승을 하며 '피겨의 여왕'을 넘어서 '피겨의 전설'이 됐다. 김연아가 피겨의 전설이 된 3월 29일은 세계 피겨사에 영원히 남을 기념비적 하루가 됐다.

김연아는 이날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치러진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131.59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신기록 76.12점을 합쳐 총점 207.71점으로 종전의 세계 기록을 경신하며 1위에 올랐다. 김연아가 획득한 207.71점은 아사다 마오(일본)가 보유중이던 합계 점수 세계 최고 기록(199.52점)을 무려 8.19점을 넘어선 경이로운 점수다.

김연아에 이어 조애니 로셰티(22, 캐나다)가 191.29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안도 미키가 190.38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를 차지했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19, 일본)는 이날 트리플 악셀에서 한 차례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해 188.09점으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피겨 무대에서 일본세를 완전히 몰아내며 김연아 시대 개막을 알린 셈이다.

정열적인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빙판에 오른 김연아는 처음부터 도도하고 당당했다.

김연아는 이날 총 여섯 차례의 점프 가운데 연기 후반부 트리플 살코 점프를 제외하고는 첫번째 트리플 컴비네이션 점프(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부터 마지막 더블 악셀 점프까지 모든 점프 과제를 완벽하게 소화한 것은 물론 연기 요소에서도 배경음악인 '세헤라자데'에 완전히 녹아든 무아지경의 연기를 펼쳤다.

마지막 컴비네이션 스핀을 동작을 끝으로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우승을 확신한듯 잠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김연아가 연기를 펼치는 동안에도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열광했고, 경기가 끝나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모두가 일어나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로 '피겨의 전설' 탄생을 축하했다.

경기후 131.59점이라는 프리 스케이팅 점수가 발표되자 김연아는 전날 프리 스케이팅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한 순간과 같이 놀라움과 기쁨의 표정을 지었고,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포옹하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의 기쁨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