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위원장 "상정한다. 땅땅땅"
한나라 "미디어법 상정맞다" vs 민주 "억지 쓰지말라"
한나라당 소속의 고흥길 위원장은 이 날 오후 3시 50분께 이 날 양당 협의안건에 없던 미디어 관련법을 거론하며 "협의가 불가능하면 위원회법에 따라 일괄상정할 수밖에 없다"며 기습적으로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이에 전병헌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위원장석으로 뛰어들어가 고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으며 직권상정 시도를 막았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봉을 낚아채기 전, 의사봉으로 "상정한다"는 말만 하고 세 번을 내리쳤다.
고 위원장은 직후 의사봉을 빼앗기자 자신의 손바닥을 내리쳐 산회를 선포하고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에 "미디어법이 상정됐고 산회가 선포됐다"고 주장하며 회의장을 함께 빠져나갔고, 민주당 의원들은 "억지 쓰지 말라"며 회의장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날 국회 속기록에는 고흥길 위원장이 "우리 3당 간사에게 추가 의제 협상을 요청을 하고 했지만 도저히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으로서는 국회법 제77조에 의해서 방송법 등 22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법을 전부 일괄 상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행정실 의안 전부 배부하세요"라고 말한 뒤,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속기록을 근거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변재일 의원은 "위원장이 해당 안건을 직권상정하려면 국회법 77조에 따른 의사일정변경과 관련한 위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또한 상정을 하려면 관련 안건을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배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원장이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한다고 했지만 '미디어법'이라는 법률은 없다"고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과거 노동법을 날치기 할 때도 최소한 법안명이라도 읽었는데 그것도 안하고 무조건 상정한다고 했다"며 "도대체 무슨 법안을 상정했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고 위원장은 실제로 이 날 회의에서 법안명을 제대로 공포하지 않았음은 물론, 자신이 직권상정한다고 밝힌 22개의 법안 내용도 의사봉을 내리친 직후 의원들에게 사후 배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직권상정 했다"고 주장했다.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미디어법이란...'이라고 해서 법안명을 다 읽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상임위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은 더 이상 합의처리 노력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제 국회법이 정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의회 훼손 행위를 막고 대화와 토론을 시작하기 위해 법안을 상정했다"고 직권상정을 기정사실화했다.
한나라당이 이 날 미디어법 기습 상정 시도를 '미디어법 직권상정'으로 규정함에 따라 민주당은 행정소송은 물론, 본회의장 점거 시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또다시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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