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격노', 여야 정치권 혼비백산
정부여당 강력반발속 긴장, 민주당도 오십보백보
이명박 정부가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어 민주-민노-시민사회세력이 반이명박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대통령 발언은 '작심하고' 한 메가톤급 선전포고다.
작심하고 한 DJ의 3대 비판
김 전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출범후 가급적 이명박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써왔다. 결국은 이명박 정부도 남북대화 노선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조용히 권유해왔다. 그런 면에서 28일 김 전대통령 발언은 종전 입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김 전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 3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북정책, 경제정책, 민주주의 문제다. 대북정책이 시대착오적 냉전회귀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제2 환란이 우려되는 상황하에서 경제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심대한 훼손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민주당, 민주노동당, 사회시민세력의 연합전선 구축을 주장했다.
마치 7, 80년대의 DJ를 연상케 하는 초강력 주문이자, DJ가 다시 한국정치의 최전선에 나섰음을 의미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정부여당-보수진영, 반발 속 당황
파장은 벌써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부여당 및 보수진영은 DJ 발언을 "전형적 선전선동"이라 맹비난하면서도 그의 발언이 몰고올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28일자 사설을 통해 "DJ가 오바마에 기대어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고 질타한 대목이 보수진영의 내부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DJ가 버락 오바마 미당선자 진영과 두터운 커넥션을 맺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런 DJ가 이명박 정권과 거의 전면전에 가까운 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이명박 정권이 향후 대미관계, 대북관계,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문제 등에서 겪게될 어려움은 거의 예측불허다.
한 예로 지금 한국경제는 미국이 내년 4월까지 시한으로 정한 300억달러 통화스왑을 연장해주지 않기만 해도 국난적 상황에 직면할 정도로 취약하기 그지 없다. 통화스왑 체결때 정부여당은 통화스왑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으나, 한달만에 우선 40억달러를 들어와야 할 정도로 경제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28일 가능성을 인정한 "북한의 무력시위"까지 가세한다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및 경제위기 심화는 불을 보듯 훤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력 반발에도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28일 DJ 발언에 대해 국회 외통위에서 "다 남북관계를 사랑하고 중시해서 한 말씀"이라며 정면대응을 극구 삼가한 것도 청와대와 정부가 느끼는 긴장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도 긴장하기란 마찬가지
민주당도 긴장하기란 마찬가지다.
당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에 가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DJ의 격노가 알려지면서 즉각 태도를 바꿨다.
DJ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현 정세균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도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DJ는 반이명박 전선 구축을 주장하면서 민주당 등 야당들에 대해 "그에 앞서 지지율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대 지지율에 허덕이는 민주당 및 정세균 지도부에 대한 꾸짖음이다.
DJ 질타는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정세균 불신임 기류가 급속 확산되며, '강력 야당' 재건론이 힘을 얻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과정에 민주당내 친노세력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크게 약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노진영은 최근 검찰의 '참여정부 게이트' 수사로 입지가 급속 약화되고 있고, 노무현 전대통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DJ의 민주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정가에 파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메거톤급 핵폭풍, DJ 격노
'DJ의 격노'는 이처럼 정치권에 미증유의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면 DJ는 왜 이렇게 격노했을까. 동교동측은 "국난 도래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초토화될 것"이란 표현까지 썼다.
동교동측은 자신들이 이처럼 극한 위기감을 갖는 이유는 DJ가 앞서 지적한 대북-경제-민주화 3가지라고 말한다. 오바마 당선으로 형성된 한반도 탈냉전을 적극 활용할 때만 남북관계도 급진전되고 경제위기 돌파의 단초도 마련되는데 이명박 정부가 역행하면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다가 한국 수출경제의 마지막 생명줄인 중국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을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놓고 재왔는데 최근 들어 후자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며 "중국마저 한국을 버리기로 하면 한국경제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총재는 김 전대통령에 대해 "반정부투쟁을 선동하고 나섰다"고 맹비난했다. 이회창 총재 표현이 맞다. DJ는 누가 봐도 이명박 정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DJ의 격노'가 향후 정국의 최대 폭풍핵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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