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의 불자들이 모여 진행됐던 범불교도대회가 27일 오후 5시 30분께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불자들은 오후 4시께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조계사까지 편도차선을 이용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어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량 회향식과 뒷풀이 집회를 갖고 오후 6시께 모든 일정을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사복 경찰 2백여명을 배치하고 인사동 골목 곳곳에 전경을 대기시켰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봉행위 상임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은 회향사를 통해 "옛 역사 속에 임금은 하늘이 가물어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자신의 소치로 생각하고 기우제를 올렸다"며 "그런데 이 나라 인구의 4분의 1인 2천만 불자들에게는 단 한 차례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원학 스님은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 편향 행위가 수를 헤아릴 수 없지만 정부는 사과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오늘 범불교도대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천만 불자 앞에 무릎끓고 참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신뢰할 만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지역에서 이 정부를 규탄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범불교도대회를 계속 열 것"이라며 추석후 영남권을 시작으로 지역별 시국법회 개최를 경고했다. 불교계는 추석때까지 이 대통령의 공개 사과가 없을 경우 영남권에서 3만여명이 참가하는 시국법회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홍원 포교사단 단장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화합을 저해한 죄를 조계사 대웅전에 석고대죄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전국 각지의 여러 스님들과 불자들이 하나가 되어 이번 행사를 여법하게 회향할 수 있었다”며 “동참해준 모든 사부대중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범불교도대회 이후 전대협, 아고라 등 촛불집회를 주도해 온 5백여명의 시민들은 인사동으로 이동해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시국연설회에 합류했다. 시국연설회는 강기갑 의원을 비롯한 연사들의 연설과 시민들의 자유발언 등으로 진행, 오후 7시 30분께 마무리됐다.

시국연설회 이후 시민들은 인사동에서 촛불집회 선전문을 나눠주는 선전전을 펼치거나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에 대한 지지방문을 하기도 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봉쇄를 피해 모처에서 재집결하기 위해 집결장소와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