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불교계에는 극도의 비장감이 흐르고, 경찰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7개 종단은 이날 오후 2시, 전국 사찰의 범종이 일제히 33번의 타종을 하며 ‘헌법파괴 종교차별 종식과 국민통합’을 서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광장에서 사상 초유의 대규모 범불교도대회를 시작한다.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봉행위는 이날 대회에 전국 사찰의 스님 5천여 명을 포함해 20만 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지방에서 2천여대의 전세버스가 예약된 것으로 파악돼, 버스편으로만 8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대회는 부처님에게 대회 개최를 알리는 고불문, 경과보고, 봉행사, 대회연설, 연대사 등의 순서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연대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김광준 대한성공회 신부가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이 다음에 치러질 연비의식. 이날 대회에 참석할 5천여명의 스님들은 향불로 자신의 팔을 태우는 연비의식을 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한 자리에서 집단적으로 연비를 하는 것은 초유의 일로, 불교계가 얼마나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이 긴장하는 것은 연비의식 직후에 연비를 뛰어넘는 모종의 극단적 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첩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종교편향에 분개한 젊은 스님들중 일부가 극한적 행위를 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최근 며칠새 불교계 안팎에 파다하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의 상임봉행위원장인 원학 스님은 실제로 이날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 자신부터도 이 정부에 협상을 하면서 느낀 것과 어저께 청와대 발표내용을 보면, 저는 투사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니고 단순히 수행자의 한 사람인데 저 자신부터도 순교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런 결연한 마음이 자꾸 생기는 것 보면 젊은 승려들은 어떻겠냐"고 반문, 불교내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연비의식 등이 끝나면 오후 3시30분부터 500여 개의 깃발을 앞세우고 조계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조계종은 이날 행사를 서울광장 앞 전광판을 통해 중계하고,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폭로하는 호외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계종의 봉은사, 조계사, 도선사, 화계사, 불광사, 진광사, 석불사는 공동명의로 이날자 조간신문에 이대통령의 '서울시 봉헌발언' 등 종교편향 언행을 열거하며 "이명박 장로님, 이래도 기독교 공화국을 꿈꾸는 게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비판 광고를 싣는 등, 불교계는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한편 경찰은 불의의 사태를 막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불교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의경 경찰버스나 시위진압 전문 경찰들을 동원하지 않고 교통통제만 하기로 하는 등 극도로 신중한 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