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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축구 A매치, 이제는 따뜻한 남쪽에서"

김병지-정조국 추운 날씨에 경기하다 태극마크 반납

겨울철인 연초에 치르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를 서울이 아닌 따뜻한 지방의 구장에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혹한속 서울 A매치, 선수 부상 속출

지난 30일 허정무 감독의 7년만의 국가대표팀 감독 복귀전이자 투르크매니스탄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3차예선 1차전을 대비한 평가전으로 치러진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수문장 김병지와 스트라이커 정조국이 부상으로 쓰러져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속에 경기를 치르다 부상을 당한 때문이다.

이에 앞서 허정무 감독은 오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투르크매니스탄과의 경기 장소를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의 구장으로 옮겨줄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의 부상도 문제지만 영하의 날씨가 구장을 빙판으로 만들어 홈구장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이 오히려 골을 넣는데 불리한 상황이 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물론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투르크매니스탄전의 전초전격인 칠레전을 통해 한국은 김병지, 정조국도 잃었고, 경기에서도 0-1로 졌다. 선수들의 준비상태를 탓할 수도 있는 결과지만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속에 경기를 치른 이유를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영하 5도에서 치러진 칠레전 관중, 개장이래 A매치 최소관중

축구협회가 연초에 치르는 A매치를 개최함에 있어 거의 모든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데는 시설이나 위치적인 이유도 있으나 흥행과 스폰서를 고려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지난 칠레전을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수용인원 약 6만8천명)을 찾은 관중수는 1만5천12명으로 지난 2001년 개장이래 A매치 최소관중수를 기록했다. 물론 칠레전이 열리는 시간에 일본에서 2008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아시아예선 재경기가 펼쳐진 탔도 있지만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축구팬들이 TV로 칠레전을 관전하기를 선택한 탓이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렀던 10개의 경기장 가운데 서울은 인천과 함께 위치적으로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바다와 인접한 인천과 비교할 때 서울은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철에 가장 춥다.

기자들도 K리그 시즌 개막 초기인 3-4월에 취재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자석에 앉아 취재하다보면 몸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커피나 녹차 여러잔 마시곤 한다. 기자들이야 일때문에라도 기자석을 지켜야하지만 축구를 즐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 입장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추위를 참아가며 관중석을 지킬 인내심을 갖는데는 무리가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월드컵경기장사업단은 칠레전과 투르크매이스탄전에 대비, 잔디보호를 위해 대략 2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었다. 최근 만난 서울월드컵경기장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우리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겠다는데 우리 스스로 나서서 다른 구장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저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잔디전쟁'에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지난 칠레전은 경기내용이나 흥행, 모든 면을 볼 때 대표팀, 축구협회, 스폰서, 축구팬 어느 쪽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만약 같은 시간 부산이나 서귀포, 울산, 광주 등 남쪽지방의 경기장에서 이 경기를 치렀다면 경기장을 관리하는 측에서 잔디구장을 녹이기 위해 수억원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었고, 양 팀 선수들은 영상의 기온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A매치 경기를 보기를 원했던 지방팬들의 성원으로 좀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할 수도 있었다.

축구협회, 지방 축구팬들에게 A매치 볼 수 있는 기획 제공해야

투르크매니스탄전을 이틀 앞둔 현재 김병지, 정조국을 잃은 허정무호는 조재진과 김용대, 오범석을 긴급 수혈했으나 조재진은 장염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3일 퇴원, 출전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경기가 열리는 6일 저녁 날씨도 지난 칠레전과 마찬가지로 영하의 기온이 될 것이라고 예보되고 있다. 경기장 사정도 지난 칠레전과 비교할때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허정무호는 썰렁한 관중석과 응원속에 '무늬만 홈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빙판이 아닌 비교적 양호한 잔디그라운드에서 뛸 수는 있겠으나 영하의 날씨속에 부상의 위험에는 여전히 노출된 상태로 제대로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대축구에 있어 흥행과 경기를 후원하는 스폰서의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칠레전에서도 드러났듯 1년중 가장 추운 시기에 펼쳐지는 서울에서의 A매치는 흥행이나 스폰서를 고려할때도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직접 경기를 펼치고, 승리를 추구해야하는 대표팀에게는 더더욱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1-2월에 치러지는 A매치를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개최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겨울철에 치러지는 A매치에 대해 좀 더 치밀한 사전계획으로 지방개최를 추진한다면 지방의 축구팬들에게 국가대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충분한 홍보를 통해 흥행면에서 서울에서 개최되는 경기 못지 않은 관중동원을 이끌어낸다면 스폰서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부상에 대한 공포심을 그만큼 덜 수 있어 좀 더 나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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