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비대위원장 사과 "국민 없인 의사도 없다"
"4월로 넘어가면 대한민국 의료 완전 붕괴"
방재승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제가 국민들에게 드리는 사과문을 짧게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준비해온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내렸다.
우선 국민들에게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전공의들이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도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지 환자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방송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선 "너무나 소통 없이 2천명이라는 인원 증가를 하는 데에 대해 저희가 설득을 하면 국민이 들어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로 알았다"며 "그런데 아니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보면 국민들이 큰 분노를 느꼈고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 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다. 특히 교수인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는 저희 교수 집단도 정말 잘못했다"며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서울의대 비대위가 제안했던 중재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2천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고 있으니까 그걸 제발 좀 풀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의사협회도 증원 절대 안 된다, 원점 재논의, 그걸 좀 풀고 대화협의체로 좀 나와라. 정부와 의협이 그것만 합의되면 전공의하고 의대생은 다시 돌아와라 그거였는데 저희가 간과한 게 있었다"며 "전공의들이 저희 교수 집단이 중재해서 정부하고 의협이 대화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을 때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만큼 전공의들이 가슴에 상처가 많이 있다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안 돌아오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는 한국의료 미래의 필수 의료 인력의 비전이 안 보인다는 거다. 예를 들어서 2020년에 그때 파업이라는 단어를 썼었죠. 그런데 의정협의체 해서 어쨌든 의사, 특히 전공의들의 의견을 좀 들어줄 줄 알았는데 실제로 4년 동안 전공의들이 생각하기에는 필수의료 나아진 게 거의 하나도 없다"고 자성했다.
이어 "‘그래도 나는 필수의료 해야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의사 수를 2천명을 늘린다고 그러니까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의 실효성도 믿을 수가 없고 ‘나는 그러면 못 믿겠다, 이런 데에서 나는 방 교수님처럼 따라 안 가겠습니다. 저는 그냥 우리의 갈 길 가겠습니다’ 전공의들의 상심이 큰 거는 정부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경고에 대해선 "교수가 사직서 던지는 이유는 이 사태를 3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부터 해서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그리고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의료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해명했다.
진행자가 이에 '그러니까 일주일 안에 이 강대강 대치를 풀 해법을 마련해라.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쪽에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거군요'라고 말하자, 그는 "맞습니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증원 자체는 반대가 아니라는 거냐'고 묻자 그는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어쨌든 이번 사태는 4월이 넘어가기 전에 해결을 해야 이게 의료 파국을 막는데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저희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써서 진심을 좀 보여줘서 양보를 하고 제발 대화의 장을 좀 나오세요. 전공의 선생님들 돌아오세요. 그런 일종의 호소다. 호소"라며 정부와 의료계 양측에 적극적 대화를 호소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사과문 전문>
오늘 저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질문지를 미리 주셨기 때문에 답을 제가 준비해서 왔는데요. 하지만 이것과 좀 다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칠천 명의 외래 환자 중 삼십 퍼센트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오셨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고, 환자분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으시는데도,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책임이 있는 현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치열한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부족한 저를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 뽑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소통 없이 통보 형태로 이천 명이라는 인원을 증원하겠다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었습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또 자괴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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