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동지회가 찾은 5·18 묘지-행사장…반대 구호·몸싸움
행사장은 어수선, 묘지는 '몰래 참배'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위대가 부르던 노래가 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앞에서 터져 나왔다.
특전사동지회 초청 5·18 행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이 군복을 차려입고 모여있는 특전사 출신 인사들을 향해 부른 노래였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5·18 일부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화합하겠다는 취지의 '대국민 공동선언식'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피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거나 '대국민 공동선언은 5·18 왜곡' 등의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특전사동지회의 사죄를 촉구했다.
특전사 인사들 앞에 선 이들의 분위기는 험악했지만 두 집단 사이를 경찰이 가로막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회원들은 행사장 입구 앞에 드러누워 손팻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전사동지회가 행사장에 입장하기 시작하자 반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 외주용역업체 관계자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어수선한 행사장 밖 상황과는 달리 본 행사는 주최 측 엄격한 출입 통제로 별다른 차질 없이 이뤄졌다.
선언식 시작에 앞서 주최 측은 이날 오전 10시께 특전사동지회 소수 인원만 대동한 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5·18 묘지 참배에 대해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자 군사작전 하듯 일정을 변경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참배했다.
참배에 나선 특전사 출신 인사들은 군복 차림으로 5·18 묘지를 방문해 헌화와 분향하는 것으로 5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개별 묘역 참배와 방명록 작성은 하지 않고 15분 만에 모든 참배 의식을 마치고 돌아갔다.
특전사 출신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은 80년 5월 항쟁 이후 처음이지만 '몰래 참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이날 대국민 공동선언 인사말을 통해 "(오늘 참배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같이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운명하신 여러 사람들의 묘지를 보면서 정말 가슴 깊이 많은 느낌을 받았다"며 "그분들의 헌신적이고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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