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간 '10파전' 경선이 시작된 23일 범여권에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분당, 대북송금 특검. DJ정부 안기부장들 구속 등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질타하는가 하면, 손학규 측도 노 대통령을 정조준해 직격탄을 날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DJ와 손학규 전지사는 뿌리가 다르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친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노라고까지 하기는 뭐하나 최소한 비노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은 사실상 친노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됐다. 민주신당 대선주자만 해도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정도가 비노-반노그룹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친노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고, 민주당이 결정적으로 불참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민주당 불참으로 DJ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김홍업 출마때부터 감지된 것이나 지역 영향력도 급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여론조사에서는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이 민주신당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조순형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약진하며 내로라하는 민주신당 대선주자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호남을 재결집시키지 않다간 연말 대선에서 참패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DJ의 절대위기다. DJ의 강도높은 노무현-열린우리당 비판은 이런 위기 상황의 산물로 풀이된다.

손학규 후보쪽은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신당에 참여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자신을 향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해찬-유시민 등 친노주자들의 비난공세가 사납다. 이해찬 후보는 "내가 언제 오라고 했냐"고까지 하고 있다. 사실상의 '축객령'이다.

손 후보 입장에서 보면 '불쏘시개'가 된 모양새다. 당연히 지지율도 정체하고 하강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죽도 밥도 안되고 밀려난 판이다. 정면승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 손학규 캠프에 합류한 386 송영길 의원이 강도높은 노무현 비판을 감행했다. 송영길 혼자 작품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손학규 진영은 한나라당 및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높은 지지율을 '반노 감정'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민주신당을 만드는 과정에는 가급적 노대통령 및 친노진영과 대립을 피해왔다. 노대통령과 친노세력이 직격탄을 날려도 참아왔다. 그러나 더이상 그럴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된 것이다. 그 승부수가 '반노'로 보인다. 다수 국민의 정서에 동조해야 살아남고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같은 DJ와 손학규의 강도높은 노무현-열린당 비판은 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쟁이 '친노 대 반노 전쟁'으로 발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동영, 천정배 후보 등 반노-비노진영 인사들도 가세하고, 친노 대선주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신당을 만든 이상, 누구도 뛰어나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제는 죽든 살든 민주신당내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여야 한다. DJ와 손학규의 강도높은 노무현 비판은 범여권이 살아남기 위한 극한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다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