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이날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여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것은 강수연이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래 20년 만의 쾌거다.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동양계 여배우로는 홍콩 장만위(2004년) 이후 두 번째이기도 하다. 집념의 연기파인 전도연은 데뷔 10년만에 세계 영화계의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전도연이 수상자로 발표되자 전도연은 깜짝 놀라 일어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이창동 감독과 송강호 등 <밀양> 팀은 함께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시상대에 올라 프랑스 거목 알랭 드랭으로부터 상을 받은 전도연은 수상소감에서 "아, 아"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믿기지 않는다"고 한동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전도연은 "작품에서 열연한 여배우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그 여배우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 자격과 영광을 주신 칸과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전도연은 "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창동 감독님이 가능하게 했으며, 송강호(송강호씨) 오빠가 신애(전도연)라는 인물을 완전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밀양'을 환영해 주신 칸과 여러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드린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전도연은 수상후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내 기자회견장에서 각국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았냐는 질문에 "사실은 계속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며 "이는 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이었는데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조차 부담스러워 숨고만 싶었다"고 그동안의 심한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또 "한국에서 과한 상들을 많이 받아서 사실상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없었다. 사실 이창동 감독님을 통해 칸에 올지도 몰랐고요. 수상과 관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거듭 이 감독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카메라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 <밀양>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계 복귀작으로,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두고 용서라는 화두 앞에 괴로워하는 피아노 강사 신애(전도연)와 그녀를 사랑하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노무현 정부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내고 영화계에 복구한 이 감독은 비록 <밀양>이 황금종려상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전도연 수상으로 성공적 컴백을 하게 됐다.
22편의 장편 영화가 경쟁한 이번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불법 낙태문제를 다룬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기우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4 Months, 3 Weeks and 2 Days)>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 정권 치하 음울한 시절을 배경으로 불법 낙태 시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