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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1조2천억대 손실'에도 주가 급등 왜?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 '잠재부실' 한꺼번에 반영

현대건설이 연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로 23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 규모도 창사이래 최대인 1조2천억원대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22일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손실이 1조2천20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7천854억원)과 비교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현대건설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 4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이래 처음이다.

매출은 32조6천944억원으로 전년보다 10.3% 증가하며 연간 수주 목표(29조원)를 초과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폭 흑자를 예상했던 시장의 예상을 깨고 1조2천억원대 매머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잠재 부실을 엄격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2022~2023년 이전 수주한 해외현장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물류 차질, 그에 따른 납기 지연, 공사비 급등, 최근엔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작년 11월 선임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사장)는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작년 기아차가 역대최대 실적을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현대차그룹의 간판 재무전문가답게, 해외부문의 부실 요소를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그 결과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은 1조7천334억원으로 폭증했고, 순손실도 1조1천310억원에 달했다.

주 대표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숨겨진 부실'을 한꺼번에 반영, 깨끗한 출발의 기틀을 다진 셈이다.

외형상으로는 '어닝 쇼크'이나 시장 반응은 환영 일색이어서, 적자 공시후 현대건설 주가는 급등세로 돌아서 전 거래일보다 9% 급등 마감했다. 과거 IMF사태후 부임한 고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숨겨진 부실을 모두 드러내 막대한 적자를 발표하자, '투명 회계'에 반색한 해외투자자 등이 앞다퉈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수직폭등했던 것과 같은 반응인 셈이다.

주 대표는 연초 신년사에서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마음을 담대히 가지면서도, 아직은 건설업에 대해 잘 모르기에, 또 녹록지 않은 국내외 경기 상황에 근심이 적지 않다"며 "이 과정에서 저에게는 ‘우리 회사는 왜?’라는 뜬금없는 질문이 불현듯 아주 절실하고 중요한 고민거리가 되었다. 올 한 해는 임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시간이 되면 어떨까요?"라며 변화와 혁신을 당부했다.

잠재부실을 털어낸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로는 30조3천873억원, 수주목표와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31조1천412억원, 1조1천828억원으로 잡았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원전을 포함해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태양광·수소사업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기후 변화와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 확대에 대응하고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과 생산기술 혁신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연합뉴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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