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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허세욱을 죽음으로 몰았나”

<현장> 서울 도심 곳곳에서 허세욱씨 추모제, 노제 열려

“이제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철거촌에서, 노동의 현장에서, 민주화를 부르짖던 거리에서, 대추리에서, 쫓겨나고 맞아죽고 몸을 불살라야했던 수많은 당신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불러내고 기억할 것입니다”(영화감독 김경형 추모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고 허세욱씨의 영결식이 열린 18일 오전 6시 50분. 고인이 분신 직후 보름간 사투를 펼쳤던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는 생전에 그를 추모하기 위해 4백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오전 6시 52분, 관이 나왔다. 가족들의 고집을 꺽지 못해 이미 유해는 한 줌의 재가 됐지만 관 안에는 고 허세욱씨가 손수 만들어 승객들에게 나눠줬던 유인물, 직접 사용했던 집회용품 그리고 어렵게 얻어 낸 그의 유골 일부가 들어있었다.

오전 6시 52분, 고인의 유해 일부와 생전의 물품이 담긴 관이 나와 운구차량에 실리고 있다.ⓒ민주노총


오전 7시, 발인으로 ‘한미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장’ 시작

‘한미 FTA 무효 민족민준노동열사 허세욱동지 장례위원회’(장례위) 홍근수 위원장의 발인 선언으로 영결식은 시작됐다.

홍 위원장은 “당신을 떠나보내는 우리는 부끄러움을 거두고 고개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며 “‘망국적 한미FTA폐기하라’는 당신의 외침을, ‘여중생의 한을 풀자’던 당신의 소망을, ‘밤새도록 미군들을 괴롭히겠다’던 당신의 분노를 우리가 대신 풀겠다”고 다짐했다.

10분간의 짧은 발인식을 마치고 장례행렬은 고인이 유서를 통해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같이 일하고 싶다’던 민주노총 앞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고인의 유서를 낭독하고 장례행렬은 다시 고인이 생전에 활동했던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를 거쳐 봉천동 한독운수 사업장에 도착했다.

허씨의 영정을 기다리던 한독운수 조합원들은 운구차에서 그의 관을 꺼내면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명애 관악주민연대 사무국장과 황규금 한독운수분회장이 추모사를 하는 내내 곳곳에서 동료들이 오열했다.

한독운수 조합원들, 사업장 마당 노제에서 오열

고인이 활동했던 관악주민연대의 이명애 사무국장은 “당신은 살아있을 때도 항상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운전하시면서 틈틈이 포스터를 준비했고, 집회에 빠짐없이 나가던 당신의 성실함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며 “당신을 노동자, 민중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간 노동자 허세욱으로 기억하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황규금 한독운수분회장은 “허세욱 동지는 7년동안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당원, 평통사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소년소녀가장돕기, 독거노인돕기 많은 사회참여 활동으로 헌신해왔다”며 “그것이 허세욱 동지의 삶 자체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한독운수 사업장에서의 노제를 마친 장례행렬은 고인이 분신했던 서울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장례행렬 선두에는 운구차가 섰고 한독운수분회 조합원들이 30여대의 택시를 몰고 그 뒤를 따랐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농민들이 합세하면서 행렬은 5백여명으로 늘었다.

고인이 분신했던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노제가 진행됐다.ⓒ민주노총


이곳에서 간단한 분향과 진혼굿을 마치고 장례행렬은 ‘전국의 주한미군기지에 유골을 뿌려달라’던 고인의 유언에 따라 용산 주한미군기지 앞으로 향했다. 행렬의 선두에는 ‘노무현 정권 퇴진’,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무효’, ‘평택미군기지 반대’ 등의 글귀가 적힌 수십개의 검은 만장이 새로 세워졌다.

장례행렬,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고인의 뼛가루 뿌려

11시 15분,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도착했다. 이어 문경식 전국농민회 총연맹 의장과 변연식 평화와통일을사람하는 사람 공동대표, 정광훈 공동장례위원장이 조사를 읽고 성남화장장까지 따라가 가까스로 수습했던 고인의 뼛가루를 뿌리를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이어 장례행렬은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오후 1시20분께 2천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고인의 추모제가 시작됐다.

각계각층 인사들의 추모사가 이어졌고 송경동 시인의 조시와 민중가수 박준 씨의 조가가 불리워졌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준비해 간 원고를 읽지 않고 허씨의 당원번호 ‘6만1천1백47번’을 외치며 “허세욱 동지는 스스로 죽은게 아니다. 허 동지를 죽인 자들은 미국이요, 노무현이요, 이 땅의 민중의 삶을 배신하는 자본가세력”이라고 질타했다.

오후 1시 20분부터 시작된 '한미FTA무효 민족민주노동열사장'.ⓒ최병성 기자


오종렬 한미FTA저지범국본 공동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문성현 “허 동지를 죽인 자들은 미국과 노무현, 이 땅의 자본가세력”

오종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허세욱 동지는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규범이자 범국민운동본부의 준엄한 강령”이라며 “반드시 강력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제 투쟁하는 노동자, 농민 이 땅 민중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를 때 흐느낌을 참으며 떠올려야 할 얼굴이 하나 더 늘었다”며 “당신의 유언대로 미군기지 곳곳에 당신의 혼이 스미게 하고 노동자 민중을 고통받게 하는 한미FTA를 허세욱의 이름으로, 전 민중의 이름으로 무효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 20분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1천5백여명의 시민들의 분향과 헌화가 마무리되고 장례행렬은 고인을 안치할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으로 출발, 5시 20분께 하관식을 끝으로 이날의 장례일정은 마무리했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7시 1만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촛불 추모제를 서울 광화문에서 열 예정이며 중부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추모제가 진행된다. 촛불추모제는 21일까지 매일 저녁 열릴 예정이며 21일에는 범국민 촛불 추모제 형식으로 치러진다.

이날 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분향과 헌화를 마친 오후 3시께 마무리됐다. 고인은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됐다.ⓒ최병성 기자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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