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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체결되면 정권퇴진 운동”

<현장> 5천여 시위대, 빗길속 경복궁역 앞까지 진출

1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30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반FTA진영의 하루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범국본은 이날 오전부터 각종 단체의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 가두행진을 통해 경찰과 대치하면서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한미 양국 고위급 대표단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오후 11시부터 기상악화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자정을 넘겨 12시 30분께 모두 자진해산했다. 결국 협상은 금융.자동차.쇠고기 등 남은 쟁점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48시간 동안 협상시한을 연장했다.

FTA 최종 협상 하루 앞두고 시위대-경찰 도심 곳곳에서 대치

이날 시위대와 경찰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경복궁 역 앞 4거리 등 도심 곳곳에서 대치했지만 양측간의 자제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이날 청와대와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1만여명의 병력을 비상대기시켰다.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30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FTA체결시 정권퇴진운동을 경고했다.ⓒ최병성 기자


이날 경찰은 오후1시부터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을 봉쇄했다.ⓒ최병성 기자


공대위는 “정부가 문화분야를 희생해 다른 분야의 협상에 이용하려하고 있다”며 “스크린쿼터 재확대 금지, CNN 등의 한국어 방송, 방송 관련 규제의 전반적 완화 등이 이미 한국측의 양보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오정께 한미FTA의 주요 쟁점인 ‘투자자-국가 제소권’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관련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오후 4시 30분에는 범국본이 경복궁역 앞 사거리부터 전경버스로 틀어막은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국본은 한미FTA가 타결될 경우, FTA 전면 무효화 운동과 정권퇴진 및 비준거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국본 "한미FTA는 매국협상의 전형"

범국본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협상 과정은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미국에게 마구 퍼주는 전형적인 매국협상의 전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정녕 매국노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가. 나라의 미래를 송두리째 벼랑끝으로 내몰 것인가. 스스로 돌아보라”고 촉구했다.

범국본은 “우리는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며 “대통령은 국민들이 오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엄중히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FTA 타결이 선언될 경우 무기한 상경투쟁 돌입을 경고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문경식 의장은 “졸속적이고 밀실에서 진행된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 즉시 무효선언을 하고 우리 농민들은 국회 비준저지, 협정 무효화, 노무현 정권 퇴진 투쟁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FTA는 민주정부라 인정할 수 없는 통상쿠데타”라며 “이에 맞서기 위해 전국 제시민사회단체에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오종렬 "노무현 정부가 나라를 미국에 통째로 바치려하고 있다"

1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세상이 바뀌게 된다”며 “매국노들이 2백년전 을사늑약으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이제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나라를 통째로 바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체결 저지를 위한 범국민적 저항을 호소했다.

범국본 소속 5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촛불문화제.ⓒ최병성 기자


범국본은 이어 장소를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옮겨 오후 8시 30분부터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 문화제를 시작했다.

촛불 문화제는 2시간여 동안 한국대학생문화연대 예술단을 비롯한 각종 문화공연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 각계 각층 인사들의 규탄 발언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한상렬 범국본 공동대표는 “오늘밤 기어이 노무현 대통령이 FTA라는 역사의 범죄를 저지를 모양”이라며 “국민들이 이렇게 호소하는데, 눈물로 반대하는데도 막무가내의 오만방자함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한미FTA를 체결한다면 전면 무효화 투쟁, 국회비준 반대투쟁을 넘어 노무현대통령 퇴진투쟁, 반미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단상에 올라 “오늘 밤 잠 못 이루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노무현이다”라며 “국민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종료가 다가오면서 협상내용이 하나 둘 밝혀지면 대국민 사기극의 실체가 점점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협상내용 밝혀지면 대국민 사기극 실체 밝혀질 것"

노 의원은 “이미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2015년까지 개방이 유예된 쌀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것만은 지키겠다’고 말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의 단적인 사례”라며 “협상이 체결되고 협정서가 공개되면 그때부터 비준거부와 협정무효화를 위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촛불문화제가 마무리된 오후 10시 20분께 시위대가 기습적으로 시청 앞 도로로 뛰어들어 청와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찰들이 미처 봉쇄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시위대 8백여명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 4거리를 점거하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경찰은 병력을 긴급 투입해 시위대를 둘러싸고 세 차례에 걸쳐 해산방송을 했지만 무리한 진압은 시도하지 않았고 시위대의 연좌농성은 2시간여동안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경복궁역 입구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는 모든 통로를 봉쇄, 귀가길이 막힌 2백여명의 시민들에게 격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시위대는 기습적으로 가두시위에 나서, 오후 10시 30분께 경복궁역까지 진출했다.ⓒ최병성


밤샘농성에 돌입했던 시위대가 기사 악화로 자진해산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시위대, 오후 10시 넘어 경복궁역 앞까지 진출, 경찰과 2시간 대치

시위대는 이곳에서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밤샘 연좌농성을 결의하고 정치연설을 이어갔지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거듭해서 전해지고 오후 11시를 넘어서 내리기 시작한 빗발울이 굵어지자 12시 30분께 정리집회를 갖고 모두 해산했다.

한편 범국본은 한미 양국 협상단의 협상결과 브리핑 내용에 따라 오는 4월 1일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범국본은 협정서가 공개되는 6월까지는 국회 비준 거부 투쟁에 집중하는 한편, 6월 이후에는 협정내용의 문제점을 분석해 국민들에게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각 지역에서 최종 협상 타결 발표에 대기하며 강도높은 대규모 상경투쟁을 경고하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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