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단체, 대북 삐라 20만장 살포 강행
통일부가 자제 요청했으나 경찰은 막지 않아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보수성향 단체 국민행동본부에서 나온 30여 명은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추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속칭 '삐라' 20만장을 대형 풍선 10개에 매달아 띄웠다.
이날은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명성을 떨치다 1997년 탈북해 북한 독재정권 반대 활동을 하다 생을 마감한 황 전 비서의 4주기이자 북한 노동당 창건 69주년 기념일이다.
전단에는 "우리 탈북자들은 선생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북조선 인민해방과 민주화를 위해 김정은 3대 세습을 끝내기 위한 자유·민주통일의 전선으로 달려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혔다. 황 전 비서의 영결식 모습 등이 컬러 사진으로 담겼다.
이 단체는 전단 외에도 1달러, 소책자, DVD 등을 함께 풍선에 매달았다. 김정은 체제를 규탄하는 대형 현수막도 펼쳤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풍선을 날리기에 앞서 "황장엽 선생이 남한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으로 북한에서 알려졌는데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사실 등을 북한 인민들에게 알려주려고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또 "남북관계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평화를 얘기하면서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민들의 안녕을 묻지 않고 김정은의 건강을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대표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통일부 관계자가 나와 행사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박 대표는 "우리는 시민단체"라면서 "통일부가 할 일이 따로 있고, 북한 주민의 알권리까지 막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전날인 9일 북한이 단체의 삐라 살포 행사를 두고 "남북관계 파탄" 등을 언급하며 위협하고 정부도 단체에 직접 전화로 자제 요청을 한 터였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북측 고위 인사의 방남 이후 모처럼 재개될 남북 대화에 찬물 끼얹는 전단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경찰 등 당국이 행사를 막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평소 대북전단 살포 행사 때의 네다섯 배 수준인 3개 중대와 여경 2개 소대 등 모두 370여 명을 배치했다.
또 남북관계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면서 외신을 포함해 20여개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을 찾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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