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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시위 금지법’에 인권단체 반발 확산

인권단체 "집시법 개정안 통과되면 불복종 운동 나설 것"

경찰과 국회가 집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등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8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 철회 및 집시법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개정 집시법에 저항하는 의미로 가면을 비롯해 경찰이 신분확인을 할 수 없는 기물과 복장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침해받을 수 없는 불가침의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집시법에 의해 허가제로 운영되는 등 위헌적 소지와 함께 기본적 자유 자체가 광범위하게 침해되어 왔다”며 “이런 와중에 경찰과 국회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법안이라고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경찰과 국회는 신분확인이 어려운 위장의 범위를 밝힐수나 있나"

이들은 또 “집회 시위의 자유가 범죄라는 기본 인식이 없고서야 집회 참가자의 소지품을 검열하겠다는 복면 금지 집시법 안을 들고 나올 수 있겠는가. 현재 경찰과 국회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아울러 이들은 “경찰과 국회가 들고 나온, 복면 금지 법안이 박정희 독재 시대의 두발이나 미니스커트 단속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 주권위에 군림하려던 독재 권력이 지금 다시 부활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집시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이상열 민주당 의원 등 13명의 여야의원이 발의했으며 ‘신분 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는 행위 또는 신분 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여 참가하거나 참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안 이유는 “집회 및 시위 시 참가자가 얼굴에 복면 또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신분확인이 어려운 경우 과격한 폭력행위를 하였을 때 검거나 증거수집이 어렵고, 또한 이를 악용하여 시위가 더욱 과격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도대체 경찰과 국회는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는 것의 범위가 어디인지 밝힐 수 있는지 밝힐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황사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목도리를 두르는 것, 침묵시위를 위해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는 것은 신분 위장을 위한 것인가. 성매매 여성이나 동성애자들처럼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집회 시위를 하려면 경찰과 언론의 카메라 앞에 맨얼굴을 드러내야 하는가”라며 반문하고 있다.

인권단체 "집시법 불복종 운동 나설 것"

인권단체들은 또 “폭력시위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는 경찰 측의 발표대로 이미 집회는 폭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집회 시위의 자유는 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는 기본권이고, 이것을 빼앗으려는 경찰과 국회는 반인권적이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부도덕한 권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양보할 수 없는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반인권 악법이 되어버린 집시법 불복종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오히려 집회 시위 자유에 관한 전 사회적 공론화, 집시법 재검토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복면 시위 처벌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2003년 하반기 국회 행자위의 집시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바 있으나 당시에도 ‘표현의 자유 및 인권을 침해와 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해당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법안으로 제출되지는 않았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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