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76일동안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을 벌여온 재능교육노조가 26일 사측과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에 합의하며 투쟁을 마무리했다.

재능교육노조는 전날 조합원 총회를 열고 지난 23일 사측과 마련한 노사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킨 데 이어 26일 노사합의안 조인식을 가졌다.

합의안은 사측이 일방해지한 단체협약 원상회복, 12명의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을 담고 있다. 또 지난 6년여간 발생한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해고자들에게 일정기간의 임금을 지급키로 합의했다.

재능교육노조 투쟁은 지난 2007년 사측이 학습지교사들의 수수료체계를 일방적으로 교사들의 부담을 증가하는 구조로 개악하고, 이에 맞서 그해 12월 21일 노조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6년여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사측은 1999년부터 파업투쟁 이후 이어져왔던 단체협약을 2008년 10월 일방파기했고, 이후 2012년까지 노사교섭 테이블에 단체협약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노조는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농성 종료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사측은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구성한 노조와의 단체협약 자체를 부정한 것.

사측 입장은 2012년 서울행정법원이 학습지노조의 합법성과 노동자 지위 인정,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해 1월에는 투쟁 중이던 고 이지현 조합원이 암투병 중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차례 삭발, 단식 투쟁에도 진전이 없던 노사교섭은 올해 2월 6일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이 재능교육 본사 맞은 혜화동 성당에서 종탑고공농성에 돌입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사측은 노조의 종탑농성이 시작된 지 나흘만에 교섭재개를 요청해왔고, 우여곡절 끝에 5월부터 시작된 교섭은 몇 차례 결렬 끝에 종탑농성 200일을 하루 앞둔 23일 마무리됐다.

노조는 "250만 특수고용노동자 유일의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했다"며 "6년이라는 긴 시간, 온 역량을 쏟았고 많은 것을 버리며 투쟁한 결과이기에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이제는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현장을 재건하고 조직하는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재능교육의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원직복직 합의는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학습지교사를 비롯해 건설기계, 퀵서비스, 대리운전, 골프장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간병노동자 등은 사실상 회사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나 위탁계약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정부는 2000년부터 이들의 노동자 지위 부여와 직군범위를 논의했지만, 14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재능교육 투쟁의 결과를 근로기준법 보호에서 제외된 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재능교육노조 투쟁의 교훈은 노조법 2조 개정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17, 18대국회에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안이 발의 제출되었지만 폐기됐고, 19대국회에 다시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번 국회에서는 특고노동자의 노동자성인정을 국회가 답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도 "오늘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성과를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 사회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3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정의당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요구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